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Jan 06. 2020

모두에게 외로움이 있다는 위안

흐린 감정에게도 감사를


유난히 흐린 날. 쌀쌀한 비가 떨어져 올 것 같을 때. 구름인지 먼지인지 모를 회색 빛 하늘이 깊은 속 마음을 대변할 때가 있다.

요즈음은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하는 시대란다. 예전에는 고립됨으로써 외로워졌다면, 이 시대에는 은둔하며 스스로 외로움을 택한다고. 타인과의 연결이 쉬워진 만큼 공허한 마음이 들기도 쉬워서가 아닐까 싶다. 이 공허한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에 있다가 혼자가 되었을 때 느껴지는 그 적막이, 가만히 흐르는 시간 속에 그저 나 혼자 존재하는 것 같은 외로운 생각이 홀로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

마음이 모래사장이라면 감정은 파도와 같다. 원래부터 젖어있는 마음은 없다. 우리의 다채로운 감정은 마음속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반복하며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낸다. 그 젖은 속에서 살아있는 것들이 자란다. 감정이 하나도 존재치 않는다면 우리 마음은 바싹 말라 무엇인가 자랄 기회도 주지 못하리라.

좋고 나쁜 감정은 없다. 밀물이 없으면 썰물이 없듯, 외로움이나 충만함도 공존하며 그 자리를 서로 내어주기를 반복한다. 우리가 할 것이 있다면 그 감정들을 오롯이 바라보는 일이다. 기쁨과 슬픔이, 외로움과 들뜸이, 불안과 안도감이 나에게로 왔다가 사라지는 그 광경을 파도를 보듯이 가만히 지켜보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매일의 작은 파도들을 견뎌내어 왔을 테다. 깎이고 깎이며 다듬어진 마음들이 대견하다. 문득, 감정이란 어쩌면 견디는 게 아니라 마음에 생명을 주는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 내릴 듯 선선한 연회색의 하늘이 이제는 고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