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잔을 채우는 일

가르침이라는 이름의 기다림

by 응응

15회. 회당 3시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매주 라떼아트 학원으로 달려가 찌그러진 하트가 제법 결하트 모양을 갖출 때까지 수없이 우유를 붓고 또 부었습니다. 드디어 과정을 수료하던 날 저는 수료증보다 더 값진 자신감을 가슴에 품고 도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이 기술을 우리 카페 식구들과 나누자.'

혼자만 잘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그려낸 하트가 더 많은 손님의 마음을 데워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함께 봉사하는 동료에게 제가 배운 것을 가르쳐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배울 때의 막막함과 누군가를 가르칠 때의 답답함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더군요.

"아이고, 손가락이야. 이거 꼭 이렇게 해야 해요?" "앞으로 가면서 흔들어야지요. 조금만 더 과감하게 부으셔야 한다니까요."

저의 첫 제자가 된 동료는 피처를 잡은 지 10분도 안 되어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우유가 든 스테인리스 피처가 익숙하지 않은 탓이겠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슬슬 조급증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라떼아트는 정직한 노동입니다. 머리로 이해했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근육이 기억할 때까지 붓고 또 붓는 무한 연습만이 유일한 정답입니다. 저 역시 학원에서 수백 잔을 버려가며 몸으로 익혔으니까요.

그런데 그녀는 몇 번 시도해보더니 이내 피처를 내려놓으며 투덜거렸습니다.

"잠깐만 쉬었다 해요. 나 너무 힘들어요." "아니, 지금 감 잡았을 때 계속해야 내 것이 된다니까요. 한 번만 더 해봐요." "새끼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그래요. 빨개졌잖아요."

피처 손잡이를 지탱하는 새끼손가락. 물론 아픕니다. 저도 처음엔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빨갛게 부어올랐었죠. 하지만 예쁜 하트를 띄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고통입니다.

저는 안타까운 마음에 위로보다는 닥달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원래 다 아픈 거예요! 저도 다 겪었어요. 아프다고 멈추면 실력이 안 늘어요.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니까요. 자, 다시 잡아보세요."

그녀는 입을 삐죽이면서도 제 성화에 못 이겨 다시 피처를 집어 들었습니다. 제 눈에는 보였습니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유량을 조절하고 핸들링을 하면 분명히 하트가 나올 타이밍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조금을 참지 못하고 멈추려는 게 답답해서 저는 자꾸만 그녀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자, 과감하게! 붓고, 세우면서, 앞으로 쭉, 컷팅!"

우유 거품이 에스프레소 위로 떨어졌습니다.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습니다. 손목이 시큰거리는지 덜덜 떨리는 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얀 거품이 갈색 크레마 위로 둥실 떠올랐습니다. 뭉툭하던 원이 꼬리를 만들며 뾰족하게 모아지고 결이 보였습니다.

"어... 어?!"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습니다. 잔 위에는 비로소 선명하고 통통한 하트 하나가 완벽하게 피어있었습니다.

"대박! 나 이거 내가 한 거 맞아? 세상에, 너무 예쁘다!"

방금 전까지 "힘들다", "손가락 아프다", "못하겠다" 하며 투덜거리던 사람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하트가 믿기지 않는 듯 잔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습니다. 새끼손가락의 통증 따위는 까맣게 잊은 얼굴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그래요. 이 맛에 하는 거죠. 백 번의 연습이 주는 고통을 단 한 번의 성공이 씻어주는 이 짜릿함. 제가 그녀를 그토록 닥달했던 이유도 결국은 이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였나 봅니다.

"거봐요. 하면 되잖아요."

자신감이 붙은 그녀는 이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우유를 따르러 갑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저는 다음 목표를 조용히 수정합니다. 하트 하나로 저렇게 기뻐하니 욕심이 생깁니다.

'좋아, 다음 목표는 3단 하트(튤립)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녀는 또 팔이 아프다고 징징대고 저는 또 호랑이 선생님처럼 잔소리를 퍼붓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그 투닥거림 끝에 피어날 꽃송이가 얼마나 아름다울지를요.

오늘도 도서관 카페의 탕비실은 우유 냄새와 우리의 열기로 비릿하고도 고소하게 채워집니다.

"자, 이번엔 하트 세 개 쌓는 거예요. 힘들어도 딱 한 번만 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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