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보다 진한 아들의 집밥 냄새

​- 어느 수요일의 결근, 엄마라는 본업으로의 출근

by 응응

​도서관 카페의 수요일은 내게 정해진 약속과도 같은 날이다. 그라인더 전원을 올리고 정성껏 내린 샷 위에 뽀얀 우유 거품을 올리며 손님들과 눈을 맞추는 시간. 그것은 1년 넘게 지켜온 나의 소중한 루틴이자 삶의 활력소였다.


하지만 지난 수요일 나는 그 익숙한 앞치마를 잠시 내려두고 기분 좋은 결근을 선택했다. 이유는 단 하나 오랜만에 집을 찾는 아들 때문이었다.


​결혼하여 제 가정을 꾸린 아들이 온다는 소식은 나를 바리스타에서 순식간에 엄마라는 본업으로 복귀시켰다.

마트에서 싱싱한 고기를 고르고 제철 나물을 담으며 나는 묘한 미안함과 설렘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큰아이가 집에 오게 되어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어요.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는 문자를 몇번을 고심하다 보냈다.


​무심한 듯 늘 내 마음을 깊게 읽어주던 동료들은

흔쾌히 괜찮다고 해 주었고 그제야 마음의 짐을 덜었다.


​아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고요하던 집안은 금세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 찼다.

카페에서 손님들에게 건네던 "커피 나왔습니다"라는 인사 대신 나는 "얼른 씻고 와서 밥 먹어라"라는 투박하지만 지극한 환영사를 건넸다.


갓 지은 솥밥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아들이 숟가락을 들기 무섭게 그릇을 비워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새삼 깨달았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일은 카페 카운터 안이나 집안 식탁 앞이나 그 본질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을.


​카페에서 샷을 내릴 때 8부 능선까지만 채우며 다정함의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했다면 아들을 위한 식탁에서는 내 잔을 아낌없이 비워 그의 그릇을 가득 채워주고 싶었다. 그것은 바리스타로서의 보람과는 또 다른 뿌리 깊은 기쁨이었다.


​아들이 돌아간 뒤 다시 혼자 남은 거실에는 고기 구운 냄새와 아들의 웃음소리가 기분 좋은 잔향처럼 남았다.


봉사를 가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했던 마음도 잠시, 나는 이 소란한 빈자리가 주는 행복을 가만히 음미했다. 가끔은 인생의 루틴을 깨트리는 이런 예기치 못한 만남이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다가오는 수요일 나는 다시 앞치마를 두르고 그라인더 앞에 설 것이다. 아들을 든든히 먹여 보낸 충만한 마음으로.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