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1년 전 이맘때 쯤 도서관에서 열렸던 그림책 지도사과정의 가장 눈에 띄는 수강생은 바로 일흔의 어머니와 서른의 딸 모녀였다.
그들의 수업 시간은 한 편의 유쾌한 만담 같았다. "엄마, 이건 그림책이지 낙서장이 아니야! 그게 다 한거야!"라고 딸이 날 선 핀잔을 주면 어머니는 지지 않고 응수하셨다. "얘가 뭐라니, 내 마음대로 할거야! 너나 잘 하세요!"
강의실 안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면 주변 수강생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지곤 했다.
티격태격하는 그 소음조차 사실은 서로에게 가장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은 그렇게 강의실 문을 나설 때면 언제 싸웠냐는 듯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가곤 했다는 점이다. 날 선 문장들로 가득했던 시간 끝에 찾아오는 그 고요함 그것이야말로 두 사람이 그림책 속에서 함께 찾아낸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한동안 보이지 않던 모녀가 1년 만에 다시 카페를 찾았다.
"예쁜 라떼 두잔 부탁드려요."
엄마를 챙기는 딸은1년 전과 똑같았다.
일흔의 어머니 곁에서 서른의 딸은 여전히 학생 같았다. 딸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리는 어머니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운 스승같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두 사람 사이의 그 기분 좋은 소음과 서로를 향한 단단한 애정은 조금도 퇴색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하하호호"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와 함께 배우고, 함께 다투고,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근사한 인생의 그림책이 또 있을까.
두 분의 그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도서관에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오늘 내린 커피 중 가장 달콤한 향기가 두 사람의 등 뒤로 오래도록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