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건반을 누르는 사람

정이 많은 은경씨

by 응응

​도서관 카페의 문이 열리면 나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든다. 어느덧 인연을 맺은 지 1년 반. 그녀의 친구가 이곳에서 함께 봉사한다는 인연으로 알게 되었지만 이제 은경 씨는 우리 카페 식구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될 봄볕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카페에 들어서며 늘 잊지 않고 이 말을 건넨다.


"언니들 보고 싶어서 왔지!"


​그 한마디는 묘한 힘이 있다. 분주하게 커피를 내리느라 조금 지쳐있던 공기가 순식간에 달콤하게 변한다. 누군가 나를 보고 싶어 일부러 발걸음을 해준다는 것 그 소박하고도 진실한 고백을 들을 때마다 내 마음의 온도는 1도쯤 올라간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다녀간 자리엔 온기가 오래도록 머물고 나는 또 언제 그녀가 오려나 은근한 기다림을 품게 된다.

​은경 씨는 참 정이 많은 사람이다.

여름이면 고추장아찌가 맛있게 됐다며 정성스레 담근 반찬을 들고 오고, 길을 가다 맛있는 간식을 발견하면 "언니들 생각나서 샀다"며 수줍게 내민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단순히 음식이나 물건이 아니라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를 떠올려준 다정한 기억 그 자체였다.


​어제는 평소보다 조금 핼쑥해진 얼굴로 그녀가 카페를 찾았다. 오는 6월에 있을 딸아이의 결혼식을 앞두고 혹독한 다이어트 중이란다.


일생의 가장 눈부신 날을 맞이할 딸 곁에서 가장 고운 엄마의 모습으로 서고 싶은 그 간절한 마음을 어찌 모를까. 하지만 움푹 패인 볼과 기운 없는 목소리를 보니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피아노를 전공했다는 그녀. 나는 가끔 그녀가 건네는 말들이 마치 잘 조율된 피아노 건반 위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선율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 울리는 법을 아는 사람. 타인의 하루에 아름다운 화음을 넣어주는 사람.


​그녀가 딸의 결혼식 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의 미소를 짓기를 바란다. 다만, 건반 위를 달리는 연주자의 손가락에 힘이 있어야 하듯 그녀의 몸과 마음도 다이어트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오늘 내린 커피 한 잔에 그녀를 위한 응원을 듬뿍 담아본다. 6월의 신부만큼이나 빛날 6월의 어머니 은경 씨.


그녀의 삶이라는 악보에 앞으로도 포르테처럼 힘차고 칸타빌레처럼 노래하는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기를.


​다음에 올 때는 조금 더 생기 있는 얼굴로 "언니들 보고 싶었어!"라고 외쳐주길 진심으로 기다려본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