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위의 콩콩이

외로움이 이기심이 되지 않게

by 은가비상점
TV 위의 콩콩이



TV 위는 콩콩이의 아지트


침대도 좋고

가스레인지나 밥통 위도 좋아


하지만 콩콩이는

TV 위가 제일 좋아


엄마한테 매일 혼나도

TV만은 양보할 수 없는걸?


자전거 손잡이엔 이제 안 매달릴게

밥통 위도 이제 안 올라갈게


TV위에는 올라갈 수 있게 해 줘


졸다가 가끔 떨어지는

손이나 꼬리는 내 의지가 아니야


엄마가 이해해 달라니깐?



고양이들은 따뜻한 것을 참 좋아한다.
좁디좁은 TV 위에 올라가 몸을 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귀엽기도 하지만, 가끔은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전자파 때문에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고양이가 사람 말을 들어 먹을 리가 없다.
고양이들은 마치 청개구리 같다.


콩콩이는 샴고양이를 너무 키우고 싶었던 나에게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났다.


원래 콩콩이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PC방 사장님의 고양이였다.
생후 2개월 된 녀석을 가정분양으로 입양해 오셨는데,
하필 자녀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해서 내가 2주간 임시 보호를 하게 됐다.


그런데 그 사이, 정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결국 입양을 하게 된 케이스다.


샴고양이는 원래 악마(?)로 유명하다.
가끔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가
플래시가 터져 눈이 새빨갛게 찍힌
샴고양이 사진들을 보면
‘아, 그래. 이게 너희들의 본모습이지?’
라고 혼자 생각해 버리곤 한다.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어
예전의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콩콩이지만,
원래는 정말 똥꼬 발랄하고
혼자 놀기를 좋아하던 명랑한 고양이였다.


어느덧 19년의 세월이 흘러
콩콩이는 벌써 19살이 되었다.
이제는 언제든 보낼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긴 세월을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아예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는 분들도 있다.


또 이미 저 세상으로 가버린 녀석들을 잊지 못해
더 이상 동물을 들이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봐왔다.


아... 뭐랄까.
나는 그래서 동물을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를 키우되, 대신 꼭 텀을 둔다.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녀석들을 들여
한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더라도
다른 녀석들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어서일까.
사실 계산한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지금은 40대 중반이라
동물들과 이렇게 살고 있지만,
70대가 되고 나면 아무리 외로워도
더 이상 반려동물을 들이지는 않을 생각이다.


TV의 한 유명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사연들이 있다.
바로 노인들이 키우는 반려동물 이야기다.


외로운 노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다가
그 아이를 남겨 둔 채 입원을 하거나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경우들.


그때 남겨진 반려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래도 그렇게 방송으로라도 알려져
새 주인을 만나게 되는 녀석들은
행운이지 않을까.


아마 더 많은 반려동물들은
주인이 떠난 집에
홀로 남겨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나이 일흔이 넘으면,
아무리 외롭더라도
더 이상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건
하나의 철칙과도 같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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