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텃밭의 흰 민들레

나답게.

by 은가비상점

​작은 텃밭에 심어 놓은 흰 민들레가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이제는 씨를 흩뿌릴 준비가 된 그 꽃을 보며,
자취를 시작하던 시절의 한 장면을 떠올립니다.


​길을 지나다 발견한 한 뼘쯤 자라난 나무.
무슨 생각이었는지 저는 그걸 집 앞까지 끙끙대며 질질 끌고 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너무 진지하다"고들 하지만,
사실 제 안에는 이런 엉뚱한 구석이 종종 고개를 들곤 합니다.


​마당도 없던 월셋집 앞, 그 작은 화분 위에 엄마가 말려 두었던 흰 민들레 씨앗을 뿌렸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데 서툰 저에게 그 화분은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싹을 틔우고 비와 햇볕을 받아내며 자라나던 생명력.



​햇빛을 받은 민들레는 어느 값비싼 화초보다 의미 있어 보였습니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자기 삶을 충실히 살아내는 그 모습 때문이었을까요.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이 정해진 듯한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때로는 그게 갑갑하고 짜증 나기도 하지만, 사실 그건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20대를 지나 40대에 접어든 지금, 저는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죠.


​많은 이들이 삶의 기준을 타인에게 둡니다.
누군가에겐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실망만 남기곤 하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삶의 기준은 '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남들 눈엔 하찮아 보이는 작은 꿈일지라도, 비교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소중한 삶이라 믿습니다.


​혹시 지금 삶이 힘드신가요?
그렇다면 잠시 3년 뒤의 당신을 그려 보세요.
그때 당신은 몇 살이고,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공간에 머물고 있을까요?


​그 미래를 상상하며 오늘 하루를 성실히 채워간다면,
어느 날 문득 당신의 마음 마당에도
하얀 민들레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적어둔 글을 오늘 다시 꺼내어 보았습니다. 그때의 마음이 지금의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네요.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