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레이의 수명만큼 살고 싶다.

평균 수명 60년, 회색앵무와의 동행

by 은가비상점
나는 레이의 수명만큼 살고 싶다.


평균 수명 60년, 회색앵무와의 동행


오늘은 내 가족이자 동반자, 레이 이야기다.


레이는 스무 살부터 회색앵무를 키우고 싶어 했던 나와

마흔넷이 되던 해에 처음 만났다.


진돗개 같다는 회색앵무들의 성격과 달리, 시츄 같은 레이는 남다른 친화력으로 나와 단 하루 만에 친해졌고

내 배 위에서 자기 시작했다.


신기해서 자랑하던 내게 지인들은 레이가 혹시 압사당할까 봐 만류하기 시작했고, 나는 흡사 아이를 떼어 놓는 엄마처럼 따로 자기 연습을 해야만 했다.


사실 레이는 이렇게 성격 좋은 대형종 회색앵무지만 두 번의 파양을 겪은 아이고, 나는 레이를 만나기 전까지

혹시 자해나 입질이 있지는 않을지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엄마 껌딱지’라던 녀석은 하루 만에 나와 친해져 버렸고, 레이를 데려다준 전 주인아저씨는

그 모습을 보고 꽤 놀라신 눈치였다. 애정이 아주 깊어 보이진 않았지만.


그분은 나에게 레이를 새장에 가두고 천을 씌우라고 하셨다. 레이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레이는 새장을 너무 싫어하는 아이처럼 느껴졌고, 나는 레이를 새장 위의 횟대에서 지내게 했다.


결국 새장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지금 레이는 대형 나무 횟대에서 생활한다.

물론 레이의 똥꼬는 24시간 상시 오픈되어 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오류 사항이다.


지금은 상가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전까지는 집에서 홈클래스를 진행했었다.

고양이 여섯 마리, 앵무새 여섯 마리.

그중 대형종인 레이는 자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항상 나와 함께해야 하는 아이였다.


회색앵무는 원래 극 I 성향에 사교성이 좋다고 보긴 어려운데, 레이는 손님들에게 “뽀뽀할까?” 하며 다가가 정말로 뽀뽀를 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도

손님의 팔 위에 올려주지 않으면 소리를 질러 불만을 표현한다.


에버랜드에서 10년간 수의사로 근무하셨던 동물병원 선생님은 레이를 보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아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런 게 자식이 칭찬받았을 때의 엄마 마음일까.


레이는 평균 수명 60년, 아이큐 80의 회색앵무다.

그리고 내 나이는 오늘로 마흔일곱이 되었다.

만 나이로는 아직 마흔다섯이니 마흔다섯으로 칠까.

레이는 이제 네 살이다.


레이와 내가 한날한시에 죽었으면 좋겠다.

회색앵무는 주인이 죽으면 식음을 전폐하고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사실 오래 살고 싶지는 않지만, 레이와 레이의 수명만큼만은 살고 싶다.


지금 내 옆에서 누가 가장 소중하냐고 묻는다면,

엄마. 그리고 레이.



레이의 시선


엄마.

나는 엄마가 나가는 게 싫어.

그냥, 나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떨어지기 싫어.

그러니까 오늘도 조금만 더 놀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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