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창가에서 마주한 시선
담장 위 고양이
우리 집은 반지하였다.
옆집 너머에는 안타깝게도 천막이 쳐져 있어
햇빛은 거의 들지 않았고
외부 풍경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그런 우리 집 창가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내가 좋아하는 하늘빛 회색 태비.
놀란 엄마와 나,
그리고 호기심에 창가로 다가간 콩콩이를 보고
화들짝 놀라 도망가던 녀석.
이쁜 녀석이었지만
길 위의 삶은 분명 고단할 것이다.
그곳은 유난히 길고양이가 많은 동네였다.
반지하 집 창문 너머로 보이던 것은
옆집의 담장이 전부였는데,
어느 날 안방 창문 너머 그 담장 위에
어여쁜 회색 태비 한 마리가
우리 집 안쪽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예전부터 회색 태비 고양이를 로망처럼 품고 있었다.
길고양이들 사이에서는
삼색이나 고등어, 노랑이가 훨씬 흔하고
회색 태비는 상대적으로 보기 드문 편이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를 반기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그들의 삶은 유독 고단해 보인다.
고양이는 굉장히 깔끔한 생명체라
굶주리지 않는 이상
쓰레기처럼 더러운 것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아직
동물에 대한 문화와 인식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소수의 캣맘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좋지 않은 시선과 반대에 부딪혀
곤욕을 치르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라도
반려동물 문화가 더 단단해진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외국에 나가보면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무척 반긴다.
놀랍게도 그 고양이들 대부분은
‘주인 없는 고양이들’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그렇게 두려워할까.
그리고 가끔 사람을 믿고 따르던 고양이들은
왜 그렇게 쉽게
모진 학대의 대상이 되는 걸까.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아니지만
바로 전, 양천구에 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매일 밤마다
윗집에서 고양이가 내던져지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새벽 3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괴성을 듣고
나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다음 날에는 해당 부처 담당 공무원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그 정도였다.
“소유주가 있는 고양이라
함부로 조치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다행히도
그 공무원분은 인정이 있는 분이셨다.
당일 직접 방문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해 주셨다.
나는 집주인에게도 연락해
고양이 비명 소리가 들렸다고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로
고양이를 학대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일이 끝난 뒤 술을 마신 채
자신의 ‘소유물’이라 여겼던
연약한 아기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던 것이다.
사건은 그렇게
조용히 일단락되었다.
나의 공간에 반려동물이 함께한다는 것은
그 동물과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이지
절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마 이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