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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금주 May 14. 2021

'쌀의 군산'을 만나는 미식(米食) 여행






군산 미식 로드를 따라 새로운 군산을 발견하다.


기름진 평야에서 짭조름한 해풍을 맞으며 자란 영양 가득 쌀과 보리, 산과 들, 강과 바다의 조화가 환상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환경,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시너지를 이루며 공존하는 독특한 역사. 일찍부터 ‘쌀의 군산’으로 불릴 정도로 쌀의 최대 생산지이자 물류기지로 경제의 중심이었다.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 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장편소설 ‘탁류’(1937년-1938 조선일보 연재)-


탁류의 작가 채만식 선생은 고향인 군산을 배경으로 당시 한민족의 삶과 시류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는 인간 군상을 표현했다. 소설은 100년 전 군산인의 삶의 모습과 도시의 형태, 지형, 일제강점기 당시 식문화도 유추할 수 있다. 탁류를 의미하는 문장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바다와 합쳐지는 곳‘, 이곳이 바로 원시시대부터 인류가 정착하여 곡식 농사를 짓기 시작한 곡창지대 호남평야의 시작으로 군산의 식문화를 설명하는 실마리기도 하다.



서해를 바라보며 금강과 만경강 하구 사이에 자리한 군산은 옥구평야를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발달하며 한국에서 가장 넓은 재배지에 쌀과 보리가 생산되는  한반도의 식량창고다.  화폐가 없던 시절 쌀이 화폐 대용 물물 교역의 중요 수단이던 조선 중종 때 쌀과 면포가 세금으로 걷어지며 호남평야 일대의 쌀을 보관하기 위해 쌀 창고인 군산고(군창)가 세워졌다. 이는 군산에서 해로를 이용하여 인천에서 서울로 보내졌기 때문에 비롯되었다. 호남평야의 쌀이 모이는 곳 즉 돈이 모이는 곳, 경제 중심지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산 내항의 부잔교(일명 뜬다리)는 쌀 수탈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연유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은 국내 각지의 각종 물자와 쌀을 수탈하기 위해 1899년 5월에 군산항을 개항시켰다. 1900년 8월에는 군산과 오사카[大阪]를 잇는 직항로를 개설하여 일본 본토와 직교역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또한 수탈의 가속화를 위해 1914년 대전에서 목포를 연결하는 약 261.3㎞의 철도를 건설했다. 이어 익산에서 군산으로 이어지는 24.8㎞의 철로까지 완공시켜 호서, 호남, 영남의 미곡과 수탈 물품들을 군산항에 집결시켰다. 당시 군산항의 일본으로 반출되는 수출품은 99%였고 그중 80%가 쌀이었다.


임피역



조그마한 촌에 불과하던 군산이 짧은 기간에 근대적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호남평야와 항만을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1934년, 수탈된 쌀의 양은 228만 5,114석(石)으로 가파르게 증가하여 연간 약 백만석이 오사카, 고베, 나고야, 도쿄 등 일본 각지로 반출되었다. 군산부사의 당시 기록을 보면 일본에서 군산쌀은 대단히 맛이 좋은 인기 있는 쌀이라고 되어있다. 한 때 (1990년대) 한국에서는 일본의 고시히카리, 아키바리 쌀 맛이 좋다고 했던 때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할 수밖에





동국사


이영춘 가옥


군산에서는 3대 이상 살아온 사람들이 없어요

                                                                                         

  - 군산문화원 이복웅 원장님의 인터뷰 중-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의 집단 거주촌을 만들기 위해 작은 어촌 마을 군산을 정비하여 신도시를 만든 것. 당시 쌀이 모이는 곳은 돈이 모이는 곳이자 노동력이 모이는 곳으로 배고프던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전국에서 힘 꽤나 쓰는 남자들은 군산 드림(군산으로 가면 굶주림은 면할 수 있다는 의미)을 꿈꾸며 모여들었다. 근대역사가 끼친 군산의 음식은 값비싼 요리, 조상을 위한 제수음식이 아닌 모여든 사람들의 서민적인 음식이 주를 이룬다. 특히 노동의 애환을 달랬던 탁주 한잔은 술 인심 후한 군산 사람들로 이어지고 지역민들이 가는 선술집, 해장국(술국) 집은 지역 단골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근대시대 이전의 군산의 맛은?

한국 최대 곡류 생산지답게 옥구평야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어온 맛이다.

비옥한 토양, 기름진 쌀, 구수한 밥에 바다의 맛까지...

탄수화물의 단맛과 감칠맛, 짠맛이 어우러진 집밥이 진짜 군산의 맛이다.


 

술지게미 장아찌는 삼국시대부터 기록에 전해지는 염장 채소로 만든 발효식품이나 군산의 경우 근대시대 일본의 나라즈케 레시피의 영향을 받아 군산식으로 토착화되어 이어져오고 있다.





개야도식 아욱 쫄복탕은 말린 쫄복과 아욱을 넣고 된장을 풀어 맛을 낸다.






미식의 도시, 군산을 즐기는 4가지 테마

‘쌀의 군산’을 만나는 米食 여행



군산, 즉 곡창지대에 왔으니 당연히 곡류를 즐겨야 한다. 곡창지대와 항만은 밥상을 풍요롭게 한다. 쌀은 조청, 술, 식초를 만들고 바다의 젓갈과 말린 생선, 어패류는 맛의 감칠맛을 더한다. 군산의 로컬푸드로 차린 보리밥 정식과 돌솥밥은 첫 번째로 추천하는 메뉴다.






군산 보리너리 – 군산인의 밥상

바닷바람과 비옥한 토양의 군산에는 쌀과 보리로 1년에 2번 초록과 황금 융단이 펼쳐진다.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5월, 청보리가 넘실대는 풍경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찰진 흰찰쌀보리와 신동진쌀로 지은 밥에 주정박이 장아찌와 전라도 손맛 담긴 찬을 곁들인 군산 밥상을 맛보고, 온 가족이 도란도란 함께할 수 있는 농촌 체험을 보내고 나면 마치 군산 사람이 된 듯하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매장에서는 군산의 쌀과 보리는 물론 막걸리, 한과, 주박장아찌, 해산물까지 구입할 수 있다.




군산의 근대 식문화 - 단짠단짠의 역사, 빵과 짬뽕

군산을 찾는 관광객이 꼭 먹어보는 음식 빵과 짬뽕. 그 역사를 알고 먹으면 더욱 의미가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 쌀 수탈의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군산은 아이러니하게도 개항 도시를 갖추며 새로운 식문화와 제빵 기술이 전파됐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성당)의 시초가 됐으며 군산 동네 빵집을 지키는 숙련된 제빵사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한편 군산 짬뽕의 유래는 근대시대 군산에 살았던 산둥지역 화교들의 초마면이 얼큰한 탕 음식을 좋아하던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변형된 것으로 오늘날의 군산 짬뽕의 시초가 됐다. 빵과 짬뽕은 현대 시대로 이어지며 간편하고 저렴한 대중음식으로 변화했고 지금은 군산을 찾는 많은 관광객에게 지역의 독특한 식문화로 꼭 먹어봐야 할 음식관광의 명소가 됐다.

 



군산에 오면 동네 빵집 투어를 꼭 추천한다. 특히 군산의 특산품 흰찰쌀보리 100%로 만든 빵과 케이크, 쿠키는 꼭 맛봐야 할 미식가의 필수 메뉴. 밀가루 소화가 어렵거나 못 먹는 이들이 물어 물어 찾아가는 빵집이다.




군산의 바다 - 금강이 바다로 가는 마지막 길목

그곳에 점점이 수 놓인 6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 방조제로 육지와 섬이 이어져 천혜의 비경을 가진 고군산군도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1890년 만경강 하류(현 새만금 안쪽)를 매립한 국내 첫 간척지 군산이 21세기 새만금의 중심 도시로 발전하는 모습이 놀랍다.  새만금에 오면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의 거대한 규모에 놀라고 고군산군도의 수려한 경관과 바다가 선사하는 풍부한 해산물,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서해바다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다리를 따라 구석구석 숨은 섬의 비경을 추천한다.




군산 양조공사에서 만든 군산 보리 맥걸리가 인기다. 깊고 구수한 옛 막걸리 맛에 가깝다.




군산 브루어리 - 가양주부터 맥주까지

군산은 ‘쌀의 도시’이자 ‘술의 도시’다. 쌀의 주 생산지이자 물류지로 쌀이 풍부한 데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라 자연스레 술 문화가 발달한 것. 집집마다 술을 빚던 전통술이 일제의 가양주 금지법에 따라 사라지면서, 근대에는 일본의 청주 문화가 유입되었고, 해방 후 군산의 백화양조(현 롯데주류)가 주류 시장을 이끌었다. 사라져 가던 군산의 술 제조는 70년대 초 11개 양조장을 합병한 군산양조공사가 명맥을 이어나가 현재는 보리 맥걸리와 쌀막걸리가 애주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술 인심이 후한 군산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술 문화는 이제 전통주를 넘어 수제 맥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9년 국내 최대의 맥아 공장이 군산에 완공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수제 맥주 시장에 맥주 원료를 직접 공급한다고. 바야흐로 쌀의 도시 군산이 수제 맥주의 메카, 군산이 되고 있다. 탁류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째보선창 앞에 오래된 수협 창고가 수제 맥주 공장과 시음장으로 탈바꿈되어 군산 보리로 만든 최상의 수제 맥주를 선보이며 입맛 까다로운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식 여행 정보



보리비빔밥집

* 장국명가

메뉴 – 보리비빔밥, 취나물 솥밥, 보리 갈비찜

주소 구암동 새터길 25

063-443-3680

* 아리랑 식당

메뉴 보리비빔밥, 보리 돈가스

주소  내항 2길 255

063-442-1207


보리진포 빵집 (택배 가능)

* 홍윤 베이커리

축동 안길 40 / 063-461-0445

* 영국빵집

대학로 144-1/ 063-466-3477

* 이레 베이커리

설림 2길 3 / 063-461-0005

* 코리아 제과점

대야면 대야관통로 90/ 063-451-2040

* 빵 굽는 나라

상나운로 79 / 063-465-0649

* 빵 굽는 오남매

오룡로 65-1 / 063-463-8186


로컬푸드 및 농촌체험

* 옥산한과 (택배가능)

옥산면 여로 2길 27 / 063-464-4065

* 군산양조공사 (택배가능)

보리맥걸리, 쌀막걸리

옥산면 대위로 117-32 / 063-462-3657

* 생금들 (택배가능)

군산 쌀, 잡곡 판매

군산시 옥구읍 상평로 64-12 / 063-466-5623

* 서당골  (한옥체험, 숙박)

성산면 오성로 134-17 / 010-3671-0720


군산 수제 맥주

* 군산시 농업기술센터 063-454-2830

   

갤러리 카페

* 공감 선유

갤러리이자 카페로 군산 옥구 평야에 위치한 논밭 뷰 명당인 곳. 백희성 건축가 설계로 공간의 아름다움과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조화로우며 야외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호젓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수왕새터길 53 / 063-468-5500



선유도 백사장은 고운 모래와 수심이 얕아 아이들과 물놀이 즐기기에 좋다.


신시도 국립 자연휴양림

신시도길 232-2 / 063-464-5580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0301



새만금 방조제에서 보는 노을은 낭만 가득 사랑스럽다.





추천 미식 여행 루트
















글 I 안은금주

한국 농촌 자원과 식문화를 발굴하고 가치를 높이는 로컬 콘텐츠 기획자로 CJ푸드빌 계절밥상, 도심 속 로컬 레스토랑 '하베스트 남산', 평창 로컬푸드마켓 ‘바우파머스몰’, 농촌형 코워킹 스페이스 ‘안동 스페이스 마’, 군산 '미식의 도시' 음식관광 설계,  '임실엔치즈 하우스'를 기획했다. @eungeumju.an




사진 I 빅팜컴퍼니 www.big-f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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