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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금주 Oct 07. 2017

미생물이 키우는 명품 땅콩

고창에서 친환경 땅콩을 생산하는 이엠푸드 이경수, 이누리 농부


“고창 하면 뭐가 떠오릅니까?”     

어떻게 고창에서 땅콩 농사를 짓게 됐느냐는 물음에 대답 대신 돌아온 이경수 농부의 질문.      


" 80년대까지만 해도 고창은 우리나라 땅콩의 40%를 생산하는 땅콩의 주산지였다는 걸 아시나요?

그러다 90년대 초 수입 개방이 되면서 고창의 땅콩 재배 면적은 10분의 1로 줄어들었지요. 애초부터 고창은 땅콩이 잘 자라는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고창에서 땅콩 농사를 짓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유용한 미생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EM(Effective Micro-organisms) 농법으로 친환경 땅콩을 생산하며, 땅콩 새싹을 이용해 지킬수, 풍덩수 등의 가공 식품까지 제조, 판매하고 있는  고창이엠푸드 이경수 농부는 자타공인 미생물 전문가다.


20여 년간 동물 약품 유통에 종사하며 미생물을 연구한 그는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농업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15년 전 고향 고창으로 귀농한 농부의 아들이다.      

이경수 농부는 친환경 농법이란 다른 말로 바꾸면 땅 속의 세계를 이해하고, 흙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관건은 미생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는데, 미생물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먹이사슬을 만들어주고 잠도 자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     




“저도 처음 3~4년은 완전히 실패했어요. 10년 넘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지금에 이른 거죠. 지금 2,500평에 농약과 제초제, 비료를 아예 안 하고 초생재배와 발효제만 뿌려주면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풀이 나든 말든 그대로 두기 때문에 얼핏 보면 심난하죠. 그런데도 풀밭 속에서 땅콩이 아주 싱싱하게 잘 자라요. 비결은 땅에 다 맡기는 거예요.  산을 보면 답이 나오잖아요.  제초제나 비료, 농약 안 뿌려도 산에서는 나무나 풀들이 다 크잖아요. 그저 우리는 여건만 만들어주면 땅이 다 알아서 합니다.”      


이경수 농부는 미래의 농업은 친환경에 있다는 확신 한다. 영농조합을 만들어 농민들에게 친환경 농법을 전수하고 가공공장 옆에 육묘장을 만들어 농가에 육묘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라 농업인이라고 말한다. 농사와 농업은 어떻게 다른 걸까?     


“농사와 농업은 꼭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업 하는 사람이 농사를 짓겠다고 해서도 안 되고

농사짓는 사람들이 장사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큰 일 나요. 저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라 농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유통을 했기 때문에 농민들이 제대로 농사를 지어만 놓으면 이것을 가지고 충분히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거죠. 농민이 살아야 농촌이 살아나고 농업이 발전합니다. 저는 미생물을 아는 사람으로 농민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돕고 싶은 것이고요.”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정성껏 지은 생산물을 판매할 판로가 없다는 것이다.

친환경 땅콩 또한 마찬가지다. 수입 견과류의 홍수 속에서 친환경 땅콩은 설 자리가 없다.  이경수 농부가 땅콩 새싹을 이용한 제품에 눈을 돌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저는 땅콩을 시작할 때부터 조합원들에게 ‘3통 3무 3인’ 을 강조해왔어요. 종자, 농법, 품질을 통일하고,

농약, 제초제, 비료를 쓰지 않으며, 생산자와 고창군, 그리고 정부의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의미해요. 그런데 막상 친환경으로 땅콩 농사를 지으니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죠. 그런데 3통 3무 3인을 떠들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는 없잖아요. 포기하지 않기 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필요했고 땅콩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땅콩 새싹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기로 마음먹게 됐습니다.”     


땅콩은 새싹을 틔우면 지방과 열량이 크게 감소한다. 대신 아스파라긴산과 레스베라트롤, 엽산, 사포닌 등

땅콩에는 없던 이로운 물질들이 많이 생성된다. 특히 골다공증 개선 및 예방에 효과가 있는 소야사포닌이 대량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우연히 땅콩 새싹에 대해 알게 되긴 했지만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혼자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까먹었습니다. 몸에 좋다고는 하는데 진짜로 이런 성분이 있는지 개인이 검증해내는 것도 힘들고요. 다행히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면서 소야사포닌의 효능과 제조법의 특허출원을 이전받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과립 형태로 만들어 수출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경수 농부는 고창이엠푸드를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 ‘EM을 먹고 자란 농산물 판매장터’로 키우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EM으로 기른 고창의 모든 농산물이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판매돼 생산자들이 판로 걱정 없이 농사만 열심히 지었으면 하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3통 3무 3인’ 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느 정도 규모의 사업을 하려면 일정량의 작물이 나와야 하잖아요. 하지만 친환경 농사는 개인이 많은 양을 지을 수가 없어요. 저는 지금 2,500평을 짓고 있는데도 힘에 부치거든요. 하지만 여럿이 힘을 합하면 가능하거든요. 50명이 천 평씩 지으면 5만 평이 되잖아요. 그런데 농사짓는 사람마다 작물이 들쭉날쭉하면 안 되니까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한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 게 중요합니다.”     


고창이엠푸드는 2015년도에 6차산업화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한 단계 도약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경수 농부의 딸인 이누리 씨가 후계자로 농업에 뛰어들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이누리 씨는 한국농수산대학교 특용작물과를 졸업하고 농촌진흥청에서 4년간 토양분석 업무를 담당한 재원.


농장에서 유통을 주로 담당하며 땅콩 아이스크림, 땅콩 새싹 막걸리 등 신제품 개발에서 젊은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초록의 싱싱한 땅콩 밭에서 활짝 웃고 있는 이누리 씨의 모습이 마치 우리 농촌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듯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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