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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금주 Oct 08. 2017

“반디가 노니는 빨간 고추밭”

무주에서 유기농 고추를 생산하는 이주형 농부



지금으로부터 약 22년 전.

고향 무주로 귀농해 농사를 시작한 이주형 농부는 이른 새벽 고추밭에 나갔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노란 반딧불이들이 춤을 추며 어둠을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무주군은 청정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반딧불이를 무주군의 상징으로 내세워 환경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반딧불이가 자신의 밭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고 이주형 농부는 회상한다.      

환경에 관심이 많던 이주형 농부는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농약은 하지 않고 화학 비료만 사용했다.

그런데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3년 사이에 반딧불이가 모두 사라진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상실감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환경농업을 시작하면서 블로그에 약속을 했습니다. 저희 밭에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도록 하겠다고요. 저희 ‘반디가 노니는 세상’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8천여 평 농장에는 반딧불이는 물론이고 수십 종류의 풀벌레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반디가 노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고추를 비롯해 사과, 배추, 당근, 쌀 등 12가지 과일과 채소를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유기농 농가는 많지만 이렇게 다양한 작물을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곳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가 친환경 농업에 얼만큼 노력과 열정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고추는 약 500평 정도에서 수확하고 있다. 고추는 병해충에 약해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쉽지 않은 작물이다. 특히 해발이 높은 노지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고추는 더욱 드물다.     


“저희 고추는 태양초만큼 색깔이 붉을 뿐만 아니라 맛과 향이 매우 진해요. 소비자들이 하시는 말씀이 저희 고추는 맛있게 맵대요. 오히려 단맛까지 난다고 하세요. 맛의 비결은 고랭지라는 생태적인 이점도 있지만 자연 그대로 생산하기 때문이에요. 비료나 농약을 하면 채소나 과일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맛과 향도 덜할 수밖에 없죠.”     




환경농업, 생명농업이란 생태계를 살리는 농업이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자연에게 맡기는 농업이다.  이주형 농부는 농사를 지으면서 사람이 벌레를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진딧물은 그 천적인 무당벌레가 잡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이렇게 1차로 자연에 맡겨놓고, 그게 안 될 경우 사람이 개입해도 늦지 않다는 것.


그는 천연 유황과 EM 미생물, 한약재 발효액 등을 일주일에 한 번씩 뿌려주며 병해충을 막고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곳은 청정 지역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현재 무주군에서는 설천면 남대천 일대와 이주형 농부의 농장이 있는 무풍면, 그리고 무주읍 세 군데가 반딧불이 서식지로 지정돼 있다. 무주군은 반딧불이 농산물 브랜드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도 친환경 농업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다. 이렇게 무주가 친환경 농업을 홍보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기까지

이주형 농부의 노력이 매우 컸다. 농사뿐만 아니라 마을 이장과 지역 연합 총무 등을 맡아 생명농업, 환경농업, 생태농업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일본에도 다녀오고 열심히 했죠. 그런데 ‘환경’ 자 들어가는 일을 하면 집안 망한다는 말이 있어요. 제가 8대 장손인데 환경농업, 환경운동한다고 뛰어다니다가 돈을 벌기는커녕 있는 재산도 다 날려버렸어요. 집사람은 ‘환경’이라는 말만 나와도 귀를 막을 정도예요. 지금도 많이 힘들죠. 그래도 제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고 격려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다시 또 힘을 내서 일어나곤 합니다.”

 

아직까지 유기농은 품질이 안 좋고, 수확량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주형 농부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한다. 유기농이 관행농법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수확량도 많다는 것을 반드시 입증해 보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오늘도 고추밭에 나갔다 왔는데, 90%는 만족을 합니다. 유기농법의 원리는 같기 때문에 다른 작물들도 점점 자신감이 붙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12가지나 되는 다양한 품목을 유기농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걸로 알아요. 제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모든 작물이 관행농법보다 잘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친환경 농업만이 농업의 미래라고 믿는 이주형 농부.

그의 꿈이 반딧불이 불빛처럼 반짝반짝 빛나기를, 그래서 우리나라 농업의 희망이 되길 응원한다.






www.enviagr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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