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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금주 Oct 09. 2017

“무주구천동의 귀한 유기농 사과”

무주에서 유기농 사과를 생산하는 김영주 농부




농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다.

유기농으로 사과를 재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농약과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유기농 사과를 생산하는 농가는 우리나라에서 10여 곳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소명의식과 피나는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무주구천동과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청정 지역에서 오로지 자연 조건과 농부의 땀과 열정으로 길러낸 유기농 사과. 그 열매가 얼마나 귀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주애농장의 김영주 농부는 천상 농부다.     


“제가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어요. 아는 거라고는 농사밖에 없죠. 사과 농사를 지은 건 한 25년 됐어요. 당시는 인삼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무주에서도 사과가 가능할 거라는 말을 듣게 됐죠.”    

 


지금은 무주가 사과 산지로 유명하지만 그때만 해도 무주에는 사과 농사를 짓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지금 살고 있는 무풍면에서는 그가 맨 처음 사과를 시작했다.

물론 그도 처음에는 일반 재배를 했다. 하지만 농약이나 화학 비료가 사람에게도 토양에도 이롭지 않다는 걸 경험하면서 다른 대안을 찾게 됐다.      


“농약을 안 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일반 재배를 하면서 친환경 농업 교육을 받으러 다녔어요. 제가 무주 1호로 저농약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자꾸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저농약을 하다 보니 무농약으로 올라가고 싶고, 무농약 하다 보니 유기 재배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고. 1996년에 무농약 인증을 받았고, 몇 년 후에 유기농 인증을 받아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사과를 유기농으로 재배한 지 10년도 훨씬 넘었지만 그는 지금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정답도 없고,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다. 그저 유기 농사를 짓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면서 외롭고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일반 재배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노동력과 비용은 많이 드는데 수확량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그 어려움을 무엇에 비할까.     




“사실 저농약으로 지을 때는 농사도 잘되고, 돈도 많이 벌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꿈같은 얘기지.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돈도 안 되는 유기농을 식구들 고생시키면서 왜 하는가 묻는다면, 이왕 농사짓는 거 내 몸에도 지장 없고 우리 식구들한테 좋은 거 먹이고 우리끼리 다 못 먹으니 팔아야 하고 그래서 소비자들 건강에도 보탬이 되면 좋은 거지 뭐.


뭐 큰 철학도 없어요.


적게 벌더라도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마음으로 하는 거지. 한평생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잖아요. 짧은 인생,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은 거지.”     



김영주 농부는 약 5천 평의 농장에서 아오리, 홍로, 부사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해발 550미터로 지대가 높아 서늘하고 일교차가 커서 무주는 사과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김영주 농부의 사과는 십 년 넘게 유기 재배를 하고 있어 안전성은 말할 것도 없고 당도가 높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안전성만큼은 확실히 보장해요. 맛이야 먹어봐야 아는 것이라 내가 말할 수는 없지만 먹어본 사람들이 자꾸 주문하는 걸 보면 괜찮다고 봐야지 뭐. 수확한 아오리나 홍로는 따자마자 바로 다 나갔어요.”     



이런 명품 유기농 사과를 생산하기까지 그가 기울인 노력과 흘린 땀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비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예의 “특별한 게 없다”라고 말한다. 그에게는 모든 게 단순하기만 하다. 사람에게든, 토양에게든 무엇이 좋고 나쁜지 알기 때문에 나쁜 것은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찾아가는 당연한 이치가 있을 뿐이다.      



“토양도 농약이나 제초제를 계속하면 안 좋은 게 사실이잖아요. 토양 관리라고 특별한 비법은 없어요. 자연농법에서 주로 하는 것을 여러 가지 해요. 한약재 달인 것과 생선 액젓, 사과 식초 같은 것을 뿌려주고요. 좀 특별한 것이라면,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는 봄에 분유를 사다가 뿌려주는데 나무도 건강해지고 병해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 나무에 달린 사과를 보면 하얗게 가루가 묻어 있죠? 이건 석회보르도액이에요. 벌레나 병원균이 침입하지 못하게 예방하는 역할을 하죠. 또 땅에 비닐을 덮어 햇빛이 반사되게 해서 사과 밑부분까지 골고루 익게 하고,

사과를 가리고 있는 잎들도 따줘서 햇빛을 고루 받게 하고요.”     

유기 농사는 이렇게 농약이나 화학 비료 대용 자재를 직접 만들 뿐 아니라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일이 많아 힘이 든다. 김영주 농부는 젊을 때는 그럭저럭 해냈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 점점 힘에 부친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특히 아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고.


그래서 매년 올해만 짓고 그만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오랜 세월 애지중지 가꿔온 사과밭을 보면 그만 눈물부터 앞을 가려 포기할 수가 없다.





김영주 농부의 별명은 ‘꼴통’이라고 한다. 주변에서는 왜 돈도 안 되는 일에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느냐고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은 이런 ‘꼴통’ 정신이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는 집에서 편하게 자연이 키운 안전하고 좋은 사과를 먹을 수 있는 행운을 맛본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마울 따름이죠. 생산자들은 정말로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점점 못 믿을 세상이 되다 보니 열심히 해도 믿어주질 않으니 애로 사항이 많아요. 소비자들도 시간이 되면 농촌에 들러 농사짓는 것도 보고 체험도 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길을 찾아가면 좋을 듯합니다. 주애농장은 항상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놀러 오십시오.”











www.enviagr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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