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월급날이 있었다. 육아휴직 후 첫 월급이었다.
뭐 어쨌든 일 안 하고 받는 월급이니 원래 받던 것 보다야 적은 게 당연하겠지만, 휴직 시작 후 몇 달은 아빠의 달이니 뭐니 하며 들은 것이 있어 기존 월급보다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을 거란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웬 걸.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적은 월급이 명세서에 떡하니 찍혀있다. 그것도 그나마 연말정산 덕에 더 받은 것이 포함되어 있어 망정이지, 그것도 제외해 보면 순수하게 내 월급은 더 쫄아들었다.
어우야. 휴직하는 동안 더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바짝 든다.
아내의 육아휴직 1년이 끝난 시점에서 내가 육아휴직을 하겠단 사실은 때롱이의 임신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다. 아내도 나도 이견이 없는 결정이었고, 부모님도 때롱이가 크는데 아빠가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며 군말 없이 잘한 결정이라고 했었다.
아직 아빠의 육아휴직이 낯선 몇몇 선배들은 처음엔 아내보다 네가 더 애를 볼 수 있겠냐고 의문을 품으면서도, 그 결정이 대단하기도 하다 했었다.
사실 처음에야 아직 돌도 안 된 아들을 나 혼자 반나절 무사히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은 아내한테 잔소리도 듣고, 칭찬도 받아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준비했고 나중엔 자신감도 붙어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다는 기대감도 뿜뿜이었다.
그런데 살짝쿵 걱정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경제적인 부분이었다. 그래, 바로 그놈의 돈.
"아니. 사랑스러운 아들을 보는데 그깟 1년, 월급 좀 덜 나오게 어때."
이런 쿨한 마인드가 왜 난 없을까. 왜 난 이렇게 쫌스러울까 하는 자책도 했었지만, 어쨌든 난 줄어드는 월급이 걱정이었다. 아 물론, 때롱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훨씬 소중하니까 오해는 없길. 다만, 무시할 순 없었다 그 말이다. 갑자기 나만 이렇게 쿨하지 못한 못난 아빠인가 걱정이 된다. 어쨌든...
때롱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이사가 가고 싶었다.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이 있고, 어린이 놀이터도 잘 갖춰진 대형 아파트 말이다. 지금 사는 집보다 더 비싼.
차도 좀 더 큰 차로 바꾸고 싶었다. 뒷좌석에 카시트가 들어가니 조수적 자리가 많이 좁아진 게, 애가 태어나면 왜 좀 더 큰 차가 필요한 지 실감이 됐다.
아들이랑 예쁘게 슈퍼스타 커플 신발을 신고 여기저기 바람도 쐬러 다니면 좋을 것 같았고, 이젠 평일에도 시간이 되니 부모님도 모시고 가까운 키즈 풀빌라도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게 다 돈이다.
에이, 나중에 열심히 벌어서 다 하면 되지. 맞는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럴 생각이기도 한데 걱정이라고 없겠는가. 집 값도 오르고, 차 값도 오르고, 내 월급 빼곤 다 오른다는 데, 나중엔 집이고 차고 죄다 더 비싸져 부담이 커질까 봐 말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월급명세서를 받아보니 하루 이틀은 걱정이 더 깊어졌다. 하... 어째야 하나...
그러다 다시 정신 차리기로 했다.
그래 언제는 뭐 돈 걱정 안 하고 살았냐. 휴직 안 하고 온전히 월급 받을 때도 돈 걱정 안 할 때는 없었다 이놈아. 카카오톡딜, 네이버 원쁠딜이나 그만 봐. 배부른 소리 그만, 일도 안 하는 게 그거라도 나오는 게 어디냐. 이렇게 독하게 말이다. 자잘한 걱정할 시간에 때롱이 웃게 할 궁리를 하자고 말이다.
이제 앞으로 월급이 대충 얼마나 나올지 알았으니 거기에 맞춰서 잘 살아보자. 또 조금 적게 받는다고 칭얼거리지 말도 말자. 이사 조금 늦게 가고, 차 좀 늦게 뽑지 뭐.
무엇보다, 아빠가 윙크해달라고 조르면 두 눈을 질끈 감고는 배시시 웃는 우리 때롱이의 백만 불짜리 애교를 매일매일 보고 있는 육아휴직의 황홀함을 더 깊이 세겨놔야겠다. 돈 주고도 못한 시간들은 내가 누리고 있다고 말이다.
아 물론, 매주 토요일 로또 5천 원어치 사는 건 빼놓지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