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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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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 Oct 10. 2015

라오스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된다.

열 장의 사진으로 보는 루앙프라방의 아침


"누나~일어나"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 동생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비몽사몽 졸린 눈을 뜨고 밖으로 나오니 한기가 느껴진다. 라오스의 아침 공기에는 연기 냄새가 묻어있다. 닭우는 소리와 밥 짓는 연기가 골목 안을 가득 채운다. 집집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엄마들은 아침밥을 짓고 있는 모양이다.


머리를 정갈하게 올린 아지매들이 골목으로 나와 자리를 잡고 딱밧 (탁발 수행)을 기다린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딱밧으로 시작한다. 탁발수행은 라오스에서 65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불교의식이다. 저 멀리 승려들의 행렬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골목은 주황물결이 넘실거린다. 수백 명의 승려들이 맨발로 줄지어 지나는 행렬이 장관을 이룬다.


탁발수행에는 아무런 말이 필요 없다. 조용히 발자국 소리만 지나갈 뿐이다. 승려들이 오면 미리 준비해둔 싸이밧 (승려들에게 시주하는 음식)을 조금씩 덜어 준다. 유난스러운 몇몇 관광객이 승려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는다. 나는 렌즈를 들이미는 게 미안해  먼발치에서 한껏 줌을 당긴다.  


방비엥에서 만난 아저씨의 말로는 라오스에는 거지가 없다고 했다. 워낙에 먹을 것이 많은  나라 이기도하고, 매일 탁발을 수행해 남은 음식을 사람들과 나눈다고...... 매일마다 나눔을 실천하는 라오스 사람들의 선한 마음에 물들고 싶다.  오늘도 라오스에는 승려들의 탁발수행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 루앙프라방의 골목 아침풍경


닭우는 소리와 밥 짓는 연기가 골목을 채운다. 숙소 앞 슈퍼집도 부지런히 문을 열었다. 마치 1970-80년대의 시골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 루앙프라방의 어느 골목길 딱밧 (탁발 수행)을 기다리는 아낙의 뒷모습


매일 아침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 앉아 승려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그들만의 약속이기도 하다.



▲ 사원에서 시작되는 탁발행렬 @왓 쌘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왓 쌘으로 걸어가 보았다. 라오스말로 왓(Wat)은 사원, 쌘(Sene)은 10만을 뜻한다. 사원 건축에 소요된 돈을 의미한다. 칸 강에서 발견한 보물을 기증받아 이 사원을 건설했다. 왓 쎈은 1714년 지어진 루앙프라방 최초의 태국양식(지붕이 높은 스타일)의 사원이다.



▲ 루앙프라방 탁발수행 모습


탁발(托鉢)이란 '바리때(공양 그릇)를 받쳐 들다.'라는 뜻이다. 승려들이 공양과 보시로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뜻한다. 출가 수행자는 발우를 들고 마을로 나가 음식을 얻는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행해지는 불교의식이다.



▲ 루앙프라방 탁발수행 모습


여러 곳의 사원에서 같은 시각 동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숙소와 가까운 사원을 찾아가거나 승려들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기다리면 된다.



▲ 루앙프라방의 딱밧 (탁발수행)


나이 어린 승려도 예외는 없다. 똑같이 탁발을 수행한다. 아직 부모에게 잠투정을 부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도 씩씩하게 탁발을 수행한다.



▲ 탁발수행 시주모습


탁발은 매일  아침, 해 뜨는 시간 (보통 6시)에 시작한다. 동네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무릎을 꿇거나 낮은 의자에 앉아 시주를 한다. 여행자의 경우에도 현지인처럼 신발을 벗고 무릎을 꿇고 하면된다.



▲ 불교의식 딱밧 (탁발 수행)


탁발수행 중이라면 침묵해야 한다. 승려들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신체 접촉을 해서도 안된다.



▲ 숙소에서 차려준 아침식사 _ 바게트와 계란, 햄, 파인애플


여행자의 아침식사도 단출하다. 따뜻한 바게트 빵과 계란, 햄, 베이컨 소시지, 파인애플로도 충분하다.



▲ 라오스 모닝커피 한 잔


라오스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에스프레소 보다 더 구수하고 진한 커피 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오늘은 또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까?"




라오스 루앙프라방은 내 인생의 여행지로 꼽을 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서두를 필요도 없고, 욕심부릴 필요도 없다. 그저 조용히 나눔을 실천하고 불가를 수행을 하는 곳, 그곳이 바로 라오스 루앙프라방이다.


고요한 아침을 깨우는 승려들의 발디딤 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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