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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 Sep 12. 2020

4-1. 기나긴 터널의 암흑

기나긴 터널의 시작, 그 암흑

2019년 11월 개봉한 김희애 주연의 영화 <윤희에게>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있잖아”


정말로 그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오래도록 숨겨온 가정사, 번아웃, 버거워진 취준의 무게감, 실연의 슬픔을 혼자 삼키고 삼키다 이젠 속에서부터 고장나버렸다. 잔인한 인생은 힘든 일을 몰아서 보낸다. 나는 기나긴 터널 속으로 빠져버렸고, 그 터널을 더 어두운 암흑으로 만든 말과 사건들을 적어본다. 



1. (힘든 상황을 털어놓고 병원에 간다고 하자) “정신과 약 그거 안 먹으면 안되냐? 약이 쎄다던데”


2. (힘든 상황을 조용히 울며 이야기하자) 신앙 전도 

3. “잠 그거 낮에 좀 더 운동하고, 정 안되면 밤을 새서 버텨봐. 그럼 바로 졸려” 


4. (앞서 취업시장 속 고용차별과 사회의 성차별에 대해 분노를 쏟고 있던 내게 갑자기) 

“여초 남초가 무슨 말이에요?”

“정신과 의사가 젊은 ‘여’의사예요? 아니 교과서 보고 공부한 사람이 뭘 알아?”

“게이건 레즈건 바이건 다 비정상이죠. 요즘 세상에 그들이 무슨 차별을 받죠? 그리고 그들이 왜 차별받으면 안되죠? 아니 신이 여자 남자를 만든 거는 다 이유가 있어요.” 라고 서울시 동부심리지원센터 심리상담사 


5. (취업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않아 힘들다는 나에게) 

“우리 세대는 운이 좋아서 내 친구들도 취업 걱정 안되고 다 취업이 잘 되었는데”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는 방법도 있어요.”

“나는 은하씨한테 다른 세상도 있다는거 알려주는 거예요.”

(두발규제가 심했던 중학교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고 하자 아주 강한 어투로) “그런 학생은 학교를 다니면 안되죠!”

(왜 당신 같은 사람을 정신과에서 또 봐야하죠?라는 항의에) “저도 기분 나빠요!, 제가 정신과 의사라고 앉아서 그런 말 들으면 뭐 기분 좋은 줄 알아요?” 하던 정신과 의사  


6. 나에게 잔인하게 이별을 고하고 두 달 뒤 내 생일에 생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생일 축하한다고, 그런데 자신이 키우던 개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자기 꿈에 안 나와 슬프다고 카톡을 한 전 애인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사실 가장 이기적이다. 자기 자신이 착하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가장 자기중심적이다. 


7. 매일 집에서 칩거하며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부모님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접촉사고가 났다. 혼자 운전하다 접촉사고가 난 건 처음이었고, 두 차량 모두 근거가 될 블랙박스 영상이 없어 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리고 사고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확인하러 경찰서에 갔다가 내가 사고나는 영상을 직접 눈으로 다시 보자 괜히 보러 왔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런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고 우울해하며 친구한테 전하자 친구가 한 말 

 “너는 불행을 즐기는거 같아”


8. 코로나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퍼진 3월, 2차 면접까지 봤던 광고대행사에서 광고주가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프로젝트를 철수하면서 채용이 어렵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야말로 채용 취소였다. 






혹시나 해서 적습니다.

심리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염두해두고 계신 분들 중 제 경험을 읽고 두려움과 걱정으로 발걸음을 멈출까 우려됩니다. 

이후 저는 잘 맞는 정신과 선생님과 심리상담 선생님을 다시 찾아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필요하신 경우라면 꼭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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