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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과 ‘영화 100주년 다큐멘터리 독일’을 보고

by 나쵸킬러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Das Cabinet des Dr. Caligari) 독일의 표현주의 영화


1920년 ‧ 공포/미스터리 ‧ 1시간 11분





줄거리

북독일의 시골에서 온 칼리가리 박사는 체저레라고 하는 남자에게 최면술을 걸어 예언자라고 하여, 동네를 돌게 한다. 그는 몽유병자인 케사르를 넣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죽음을 예언하고, 그 예언을 적중시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결국 그의 정신병자적인 면모가 밝혀진다.


주인공인 프란시스가 정신병자 같은 칼리가리박사에 대해 증언을 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프란시스의 증언에 따르면 북독일의 시골에서 온 칼리가리 박사는 몽유병자 체잘레라는 사람에게 최면술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죽음을 예언하고, 그 예언을 적중시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그는 칼리가리가 18세기에 있었던 대리 살인을 재현하고자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정신병원 원장임을 밝힌다.





1.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영화의 기술력과 연출력의 진화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때문에 영화 개봉 당시에 관람한 관객이 느낄 감정과 이후 후대의 사람들이 봤을 때의 감정들은 상이하기 쉽다. 예를 들어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경우 당대 최고의 스릴러 장르였으며 공포 영화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본인이 ‘샤이닝’을 봤을 때, 위상에 비해서는 아쉽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극적인 매체에 중독된 현대인인 나에게 공포라는 정념을 불러일으키기엔 그 힘이 약했던 것이다. 이렇듯 공포 영화는 당시 새로웠던 시도들임에도 나중에 보면 지루해지거나 유치해 보이기 쉬운 장르이다.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당시 관객들을 두려움으로 떨게 만든 수많은 스릴러 영화들이, 이제는 영화사의 표본이라는 의미로 재평가 받으며 가라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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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상징적인 의미는 차치하고 영화 자체만 바라보아도 충분히 기이하고 공포스럽다. 1919년 당시 독일 표현주의가 가지는 형식들이 클래식이라고 부르기도 낯설 정도로 과거이기에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 것이다. 때문에 고리타분함보다는 충격과 신선함을 주었다. 현대의 영화들이 대중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명암이 과하게 대비되는 이미지들과 과장된 분장은 저화질의 필름과 맞닿아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꿈을 표현한 듯한 기하학적인 세트장과 그림자를 활용하는 등의 치밀한 연출들이 극의 기괴함을 극대화시킨다. 이러한 형식들은 시청각적인 메시지를 다량으로 제공하며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냈다. 또한 형식적인 구성 외에도 반전을 통해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촘촘한 네러티브는, 여느 역사 속의 영화들과 다른 노선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힘을 잃고 과거의 역할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관객에게 악몽을 선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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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 100주년 다큐멘터리 독일


100년간의 역사가 쌓여 독일의 영화사는 튼튼한 기반을 만들어냈다. 독일은 영화를 통해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마주하기를 선택했다. 전쟁 직후에 영화를 제작한 이들은 개인적인 기억 외에도 사회적인 메시지를 겸허하게 전달했다. 나치 시대와 국가 분단이라는 역사를 통해 불안정한 정서를 영화 속에 충돌시키기도 했고, 금기나 신에 대한 내용을 풀어냈다. 영화는 늘 사회를 반영했고 사회에서도 늘 영화가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이는 독일뿐 아니라 2019년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모양새지만 두 나라 다 역사의 굴곡이 많았고 한 민족끼리 총칼을 들이민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로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성장했다. 기술의 발달에 정신이 쏠린 현시대에 더욱이 영화의 진정한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진실을 인정할 수록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 말이다.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약점인 빈부격차를 이야기하는 봉준호의 ‘기생충’은 솔직함이 있었기에 전세계인들을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영상 영화 산업이 왕성하게 발달되고 있는 요즘, 해당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화가 주는 가치에 대해 더욱 성숙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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