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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Aug 07. 2023

새만금을 떠난 스카우트들은 어디에 있을까

 오늘 노량진에 들렀다 운현궁 근처에 갈 일이 있었다. 노량진은 1호선과 9호선 환승역이라 사람이 많다. 요즘은 외국인 무리가 길을 헤매는 것을 자주 본다. 먼저 “도와드릴까요.” 물은 뒤 만일 한국어를 모르시면 영어나 일어 등으로 길을 상세히 알려 드린다. 그들은 연신 “감사합니다”를 말하며 활짝 웃는다. 내 마음에도 활짝, 해바라기가 핀다.


 오늘은 1호선을 타고 종로 3가로 가야 한다. 에스컬레이터가 올라 멈추는 곳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다. 오래 무언가를 기다리느라 심심해서 바닥에 쭈그려 앉았나 했다. 어, 그런데 피다. 한 여성 대원이 주저앉아 코피인지 얼굴에서 피를 많이 흘린다. 당황해서 말을 걸려는 순간, 역무원에 곁에서 휴지로 지혈해주는 것을 보았다. 나까지 끼면 괜히 참견하는 것 같아 한 걸음 물러섰다. 곧 지하철이 왔다. 창밖에 흐르는 한강대교를 보며 후회한다. 말을 걸어볼 걸 그랬나. 혹시 그 역무원이 통역이나 도움이 필요했으면 어쩌지. 아니, 요즘은 통역 어플도 많고 무전기도 있었을 테니 그분이 알아서 잘 처리하셨겠지. 마음이 찜찜하다.


 대금 선생님과 신곡에 대한 미팅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종로에는 항상 외국인들이 많다. 이번에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눈에 띄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 하면,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스카우트에서 목에 두르는 스카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호텔 로비에 앉아 각기 휴대폰을 하거나 멍하니 밖을 보고 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무료해 보인다. 이게 한국에  이유는 아닐 텐데. 괜히 미안하다. 다가가 “나도 새만금 잼버리에서 공연했었는데, 더운 날씨에 고생 많았어요.”라고 말을 걸까 하다가 그만둔다. 괜한 오지랖 같다. 마음  켠이 바스러든다.


 저녁을 먹고 종로3가로 내려가는 익선동 골목길. 고깃집이 많다. 더운 날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문득 두툼한 목삼겹을 먹고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보인다. 그들의 나라에도 이런 고깃집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기를 야무지게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다. 또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신나 보인다. 서울에서의 기억도 그들 청춘의 한 페이지에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뉴스를 보니 태풍으로 인해 잼버리는 조기 철수한다. 대신 서울, 인천, 평택, 부산 등 지자체에서 대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한다. 어쩐지 공연 지원 사이트에서도 급하게 잼버리 관련으로 kpop 느낌의 공연할 사람들을 찾는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여기에도 거리공연자는 투입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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