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여행기
오늘은 유난히 더웠다. 창문에 흐르는 햇살에 숨이 막힌다. 나가기가 두렵다. 빗속을 걷는 것보다 빛 속을 걷는 게 더 무섭다. 오늘은 수원에 가야 한다. 하늘에는 하얗게 빛나는 몽실구름이 여름을 알린다. 더는 늑장 부리지 못할 시간이 되어 길을 나선다. 빛 속에 노출되니 땀이 엷게 피부를 타고 흐른다. 수원의 상징이 수원개구리라는데, 걔가 이런 느낌일까.
저녁 일곱 시 조금 넘어서 공연을 마쳤다. 문득 하늘을 본다. 진하게 빛나는 주황색 노을이 진다. 잘 삶은 반숙 계란 색이다. 이런 때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피부로든 뭐로든 색이 느껴진다. 그 넓은 하늘에 가득, 노을이다. 내가 갑자기 멈추고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자 길을 걷던 몇몇이 홀린 듯 하늘을 함께 바라본다. 언어는 자의적이라지만 노을이라는 단어를 저기에 붙인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을’이 수평선에 지는 해와 똑 닮았다. 아름답다.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아까 살짝 비가 비쳤는데, 서울에는 무지개가 떴다고 한다. 광명에 사는 언니도 보았다고 했다며, 수원에도 그런지 묻는다. 수화기로 흐르는 말들을 들으면서 무지개를 다 모아도 노을만큼은 아니라 생각했다.
아름다운 건 언제나 순간이다. 노을도 곧 시들어 고개를 숙이고, 짙푸른 물감이 마구 섞인다. 귀갓길엔 라이트를 켜고 달려야 할 것이다. 아쉬운 사탕 봉지에 남은 달콤한 부스러기를 찾듯이, 오래 하늘을 보다가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