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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Aug 30. 2023

왜 내 공연은 불러주지 않을까?

자꾸 안되는 것 같을 때

 지원서류를 넣는 족족 선발되고, 매일 섭외 전화가 온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원한 서류는 죄다 떨어지고, 섭외 전화는커녕 스팸 전화만 오는 날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담당자님 번호로 전화가 와서 설레는 마음으로 받아보면 확정된 공연이었는데 납득할  없는 이유로 취소되기도 한. 이대로는 전업 거리공연자로   없을  같다. 아니, 나라는 존재가 이쯤에서 잊히는 것이 아닐까, 도태되는 걸까, 굶어 죽는 것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이럴 때는 방구석에 깊이 들어앉아 끈적한 우울 속에서 허우적대지 말고, 일단 나가자. 돈도  버는 마당에 커피값도 아깝지만 카페에라도 앉아서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해보자. 대체 이유가 뭘까.   공연은 불러주지 않을까. 귀인 이론에 입각하여 분석해보자.      


 먼저 내부적이고 통제 가능한 요소이다. 혹시  콘셉트나 서류 쓰는 방식이나 공연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이럴 때는 관리자(나의 서류를 검토하는 사람이나 섭외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나를 (다시) 뽑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한 점을 분명히 글이나 공연에서 드러내고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겸손하고 싶겠지만 수상 이력이나 주요 공연, TV 출연 등을 홍보하는  자기 자랑도 해야 한다. 내가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만일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팀과의 차별점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외에도 서류를  정보를 가독성 있게 작성했는지, 혹시 오타가 없는지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외부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요소도 있다. 먼저 내가 아무리 찰떡같은 콘셉트와 차별점을 만들었다고 해도 공연 목적에 맞지 않을  있다. 핫한 분위기의 페스티벌이라면 디제이가 선발되기 좋겠지만 삼일절 공연이라면 좀 다를 것이다. 한편 지자체에서 하는 거리공연은 예술가 ‘지원형태로 선발하는 경우가 있다. 연속해서 합격했던 팀은 다음에 뽑지 않을  있다. 많은 팀이 혜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참, 매년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팀들에 밀릴 수도 있다.  문화재단 담당자님은 매년 새롭고 훌륭한 팀이 대거 지원해서 놀란다고 한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경쟁률이 더욱 늘었다. 20 선발하는 축제에 기본 400 정도는 기본으로 몰린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그러면 내가 선발될 가능성은 산술적으로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실패는 아프다. 원인이 내게 있다면 고치면 된다. 원인이 오롯이 내게만 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기도, 막막하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내가 아무리 분석해봐도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업 거리공연자는 냉철한 분석력과 평온한 마음을 함께 가져야 한다. 하긴 그런 사람은 거리공연자가 아니라도 무엇이든 해낼  있을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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