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폰지사기다

연금위기의 통계적 착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어제는 1분기 출산율과 함께,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시도편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장래인구추계는 미래에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측한 자료로, 작년 12월에 발표되었는데, 어제 발표된 시도편은 지난 장래인구추계를 바탕으로 지역별 인구구조를 예측한 자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 발표된 시도편이 아닌 지난 12월에 발표된 장래인구추계를 살펴보고,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통계청에서는 내년인 2025년, 0.65의 출산율으로 저점을 찍고 반등을 시작해 2050년이면 1.08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통계청은 이러한 수치를 어떠한 근거로 산출하고 예측해내는 것일까요?

통계청 인구추계에서 인구추계를 위해 활용하는 지표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혼인율과 혼인대비 출산비율이고, 다른 하나는 세대집단별 출산율(코호트 출산율)입니다. 혼인율과 혼인대비 출산비율은 단기적인 예측치를 세우는데 반영하고, 세대집단별 출산율은 장기적인 예측치를 세우는데 반영한다고 합니다. 보고서를 보면, 복잡한 수식으로 만들어진 수리모델을 활용하여 예측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의견이나 정량적이지 않은 지표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 활용하는 혼인율과 혼인대비 출산율은 이해가 됩니다.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결혼을 해야 자녀를 가지고, 따라서 혼인율이 낮으면, 또 결혼하고 애를 낳는 비율인 혼인대비 출산율이 낮으면 당연히 앞으로의 출산율은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평균적으로는 3년(결혼 후 자녀를 낳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 길게 봐도 7년(결혼 후 셋째 이상의 자녀를 낳을때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까지의 예측밖에 할 수 없습니다. 올해 결혼한 부부의 데이터를 가지고 10년 후의 출산율을 예측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겠지요.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세대집단별 출산율(코호트 출산율)을 활용합니다.예를 들자면 1970년생 어머니의 코호트출산율은 1.48명 정도(생애 전체동안 1970년생 어머니는 한명당 1.48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의 코호트출산율을 토대로 1990년생 어머니, 2000년생 어머니들이 얼마만큼 자녀를 낳을 지 예측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각 해의 출산율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당연히 매우 큰 한계가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1970년생 어머니의 코호트출산율은 1.48명이었지만, 1973년생 어머니의 코호트출산율은 1.19명이었습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하락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과거의 코호트출산율 데이터만 가지고 미래의 코호트출산율을 예측한다면 당연히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문화의 변화, 인식의 변화, 결혼적령기의 사회 경제적인 안정성 변화 등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만한 비정량적 요소들이 추계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단 겁니다.



출산율은 통계청 예측대로 다시 오를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저출산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인식적, 사회적 트렌드입니다. 동아시아 국가 전체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고, 최근에는 안정적인 출산율을 보이던 서구권 국가들도 다시 하락을 시작하는 추세입니다.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화적 상황들은 중, 선진국들의 출산율을 빠르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흔히 말하는 mz세대는 아주 넓은 개념으로, 출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대를 짧게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2016년 무렵부터 시작된 저출산에 크게 영향을 미친 세대는 1980년대 중후반생부터 1990년대생들입니다.

1980년대 중후반생, 이들은 청소년기에 IMF 경제위기를, 대학생과 구직기 무렵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습니다. 경제적 문제가 가정의 해체나 불화로 나타난 경우가 많아 안정된 가정을 이루지 않는다면 자녀를 갖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이들은 아주 경직적이고 강압적인 공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기관과 교사들에 대한 적대감이 가장 강한 세대기도 합니다. 집값이 아주 빠른 속도로 오르던 2010년대 말~2020년대 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빚으로 주거불안을 해소하고자 했던 세대입니다. 현재는 고금리로 금리부담도 큽니다.

1990년대 초반생들은 흔히 에코붐세대라고 불리는 세대로, 앞선 세대보다 경쟁자수가 더 많아 경쟁압이 높았습니다. 여전히 경직적이고 강압적인 공교육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사교육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시작한 세대입니다. 경제위기 이후 신규채용을 줄이고 기존 정규직만을 보호하는 기업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공무원시험 경쟁률 등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금리불안이고 뭐고 집을 살 기회조차 박탈당했습니다. 중위소득으로는 숨만 쉬고 50년간 벌어도 직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 집은 살 수가 없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생들은 1차 저출산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세대입니다. 많은 경쟁자수, 강압적인 공교육, 발전한 사교육, 고용불안, 경제위기로 인한 가정불화 모두를 경험했습니다. 이 시기 기업들은 그나마 있던 공채마저 줄이고 수시채용을 강화해 신입들은 갈 데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중소기업, 비정규직, 긱워커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방금 언급한 세대들은 모두 높은 사교육비와 가정 내 경제위기로 인한 불화와 해체를 겪은 경우가 많고, 따라서 경제적 안정이 없다면 자녀를 갖기 어렵다고 생각했으며, 결국 높은 경쟁압을 이겨내지 못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금의 결혼적령기 세대입니다. 출산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거의 영향이 없지만, 앞으로 20년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2000년대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경쟁자들의 절대적인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대우가 예전보다 많이 안좋아졌고(20년째 실질임금 매년 하락중, 공무원연금 개혁), 합격 후 3년안에 상당수가 면직할정도로 힘든 공무원도 경쟁률이 20대1, 30대1은 기본입니다. 대기업 공채는 이제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AI와 기술의 발달로 인한 기술적 고용불안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다시 반등한다구요?


SNS, 1인주거문화, 다양한 취미문화(OTT, 게임, 아이돌 문화 등) 등은 더이상 생산이 아닌 소비에 가까운 출산과 가족 형성을 대체할 훌륭한 대체재입니다. 이들은 심지어 명시적으로 비용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문화를 향유하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했고, 자녀는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던 과거와는 달리, 문화 향유는 큰 비용이 필요 없고, 자녀는 엄청나게 많은 비용을 소모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은 기술과 문화가 더욱 발전하며 심화될 것입니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기성세대분들도 느끼실 것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이상 심심하지 않으니까요.


온라인에 이미 만연해진 남녀갈등도 문제입니다. 더 이상 연애를 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20대가 50대보다 성생활이 적다는 통계가 나와있습니다. 40대 이상에게는 남녀갈등은 온라인 속 작은 태풍이지만, 2030 세대, 특히 어린 세대일 수록 온라인에서의 남녀갈등이 진짜 목소리고 현실세계에서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녀 한명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학생도 줄어드는데, 2020년부터 매 해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건 총액이기 때문에, 자녀 1인당 사교육비로 계산한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겁니다.


출산율이 다시 반등한다구요? 앞서 언급한 이 수많은 요소는 단 하나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변수로 반영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저출산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수많은 저출산 대응 정책들은 저출산 그 자체의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있지, 저출산의 원인을 해결하는 데에는 관심이 딱히 없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그랬듯 그다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와중에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는 연금개혁(개악)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청년층 대부분은 바보가 아닙니다. 똑똑한 청년층들이 우리 아이에게 미래가 없다고 느끼는 연금개악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미래세대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이미 풍겼기 때문에 청년세대들은 이미 저출산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청년층에 대한 시선, 정치적 상황을 생각했을 때 이들은 투표, 데모와 같은 정치적 의사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탈조선을 시도하든, 행복하지 않을 아이라면 낳지 않아서 해결하든, 집단적 자살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 같네요. 역시 자살률 1위국가 답습니다.

당분간 기성세대 정치인들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상태로 팍팍 내리꽂는 출산율을 목도하게 되겠죠.



화는 이만 내도록 하고, 안타깝지만 우리 정책의 모든 의사결정은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가 바탕이 됩니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죠. 적어도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다면 그게 한시라도 빨리 정책에 적용될 수 있도록 통계청이 반영해줬으면 좋겠는데, 수학적, 통계적 모델에 비정량적 지표,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를 변수로 넣는데는 당연히 어려움이 있을거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인구예측이 틀린다면 그걸 토대로 세운 정책들도 모조리 틀린 방향으로 가기 십상입니다. 특히 미래세대에게 손해가 되는 정책들일수록 그렇죠. 그러니 인구추계의 적정화를 위해 노력해야만 할 겁니다. 솔직히 결혼적령기 청년으로서 절대 예측이 맞을거란 생각이 안들어요.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회문제의 결과이자 다시 또 수많은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는 저출산, 해결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 저출산은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80억 지구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 자연적으로 인구조절의 기능을 하도록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출산을 만드는 사회문제, 극단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문제는 해결의 대상입니다. 늘 그랬듯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도 이 글을 쓰고 있는 거겠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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