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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Sep 07. 2020

사진일기, 삶을 기억하는 시간

인증 시작 알림이 떴다. 오늘부터 첫 기록 시작이다.

<사진일기 삶을 기억하는 시간>

내가 이번 카카오 프로젝트에서 신청한 프로젝트 이름이다. ‘매일 글쓰기’, ‘필사’, ‘사진기록’ 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했다. ‘매일 글쓰기’는 내 습관을 위해 해야 할 프로젝트인 것만 같았고, ‘필사’와 ‘사진기록’은 책을 읽고 후보에 넣었다.


“필사, 즉 베껴 쓰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문장력을 키울 수 있다.”

“평소에 쓴다는 것은 단지 글을 조금씩 쓴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생성, 채집, 축적해 두어야 한다.”

<강원국의 글쓰기>



지금도 브런치에 1일 1 글을 올리기도 벅차서 ‘매일 글쓰기’는 제외했다.

매일 글을 쓰려다 보니 뭘 쓸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주로 남편과의 대화 중 혹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중에 번뜩하며 글쓰기 소재를 발견한다. 그 순간을 기억하려 하니 자연스레 기록의 중요함을 느낌다.


<좋아요가 좋아요> 글은 첫째 아이가 그림에 색을 칠하던 중에 무심코 하는 말을 들었다. 아직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는 태블릿의 그림 앱을 통해 SNS의 짜릿함을 살짝 맛보았다. “엄마 사람들이 좋아요 눌러주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말하던 그 찰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을 논의하던 시기에 남편의 회사 부장님의 전화. 육아휴직 중인 남편이 다시 회사로 돌아올 수 있는지 걱정하는 안부전화였다. 남편이 그 이야기를 꺼낼 때 나는 “나 이거 글로 써도 돼?”라고 남편에게 되물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맞벌이 부부의 선택은?!>이라는 글로 풀어냈다. 이때 전날 봤던 신문기사가 떠올라 사진을 찍기 위해 재활용 쓰레기함에 분리해놨던 종이신문을 주섬주섬 꺼냈다.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메모가 한 장 두 장 모이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고, 무의미하게 그냥 지나가던 시간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

“나의 작은 일상을 그냥 흘려버리지 말자.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글감’이다.”

<글쓰기가 만만 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



관찰, 기록이 없으면 글을 오래 쓸 수 없겠다는 생각에 ‘사진기록’을 선택했다. 단어만 기억하는 것보다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그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더 잘 떠올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사진을 다 쓸모 있게 모으고 싶은 마음도 한 몫했다.


‘의도’를 가지고 들여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도 다르게 보인다.

소비할 때 나를 움직이게 했던 그 ‘순간’을 잘 기억해두자.

“캠퍼스에서 자목련이 가장 일찍 핀 곳이 어디인지 쓰고, 자목련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쓰시오.”

“흐드러지게 핀 하얀 목련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자목련 하나 볼 줄 모르는 자가 무슨 시를 배우겠느냐.”

<기록의 쓸모>



100일 동안 사진을 찍으며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반짝이는 순간을 기억하기를. 흐드러지게 핀 하얀 목련 사이에 도드라지는 자목련 하나쯤은 쉬이 발견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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