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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Sep 08. 2020

자율주행 원주민, 곧 만나자.

"띠링띠링, 핸들을 잡으십시오"

자동차를 산 지 3개월이 지났다. 조금 더 큰 차가 필요해서 샀는데 10년 만에 이렇게 기술이 발전했나 놀랍다.  

4차 산업 혁명이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벌써 코앞에 와있는 느낌이다.


차선을 잡아주는 기능을 켠다.

핸들을 잠깐 놓아도 차선을 인식해서 중앙을 맞춰 바퀴는 굴러간다.

아직은 차도 자신을 못 믿겠는지 핸들에서 손을 떼고 몇 초 지나면 경고음이 울린다.

주행 중 좌/우 회전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차선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려 하면 핸들이 내 손을 꽉 당기는 기분이다. 깜빡이를 제대로 켜지 않고는 차선 변경이 어렵다.



더 놀라운 기술은 자동 주행 기능이다. 정말 이게 된다고? 된다.

예전 차도 크루즈 기능이 있었다. 그땐 정속 기능만 유지해주는 기능이라 사용률이 거의 1% 정도였다.

그나마도 고속도로에서나 잠시 쓸 수 있다. 이제 물건을 잡고 일어서는 아기 정도의 수준이랄까.

그 경험 때문에 처음엔 이 녀석도 의심했다. 그때랑 별 반 차이 없겠지.


그런데 어라?! 생각보다 혼자 운전을 잘한다.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켜고 속도를 30km로 맞춰두면 30km 이하 속도로 유지하며 앞차와의 거리 간격을 유지하며 달린다. 앞 차가 멈추면 같이 속도를 줄이고, 앞 차가 출발하면 같이 출발한다.  

핸들만 잡고도 충분히 운전이 가능하다.

충분히 자율주행만으로도 운전이 가능해 보이지만 여전히 내 발은 브레이크 앞에서 대기한다.

나도 이 녀석을 아직 100% 믿을 수 없기에 그렇다. 이 녀석도 자신을 믿지 못해 핸들을 붙잡으라고 나에게 소리치는데, 어찌 100% 믿을 수 있을까.


코너를 돌 때 앞 차가 없다고 인식하고 갑자기 속도를 낸다거나, 과속 방지턱이 있음에도 정해놓은 속도만큼 달리다 우당탕 하기도 한다. 보아하니 자율주행을 판단하는 기준은 앞차와의 간격인 듯한다. 나머지 정황까지 판단하긴 미숙하다. 이제 한 초등학생 정도로 큰 것 같다.  


디지털 원주민! 우리 다음 세대 태어난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사용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과도기를 모두 지낸 우리 세대보다 디지털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다.

자율주행 원주민?! 그 아이들이 운전을 하는 20대가 되면 자율주행 원주민이 되지 않을까? 자율주행을 믿지 못해 브레이크에 발을 대고 있는 나를 이해 못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4차 산업을 경험하니 이제 정말 가까이 온 기분이다. 10년 후면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해지고 그 과정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기술 발전을 따라잡긴 어렵지만 그 기술을 최대한 누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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