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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으니 Sep 09. 2020

구글은 내 친구 (feat. 오케이 구글)

7시 35분. 머리를 말리다 거실에 대고 외친다.

“오케이 구글 오늘 날씨” “현재의 날씨는 구름 많음 온도는 19°입니다. 오늘 낮 최고기온은 25° 최저 기온은 15°입니다”

날씨를 확인하고 입고 나갈 옷을 고른다. 오늘은 악간 쌀쌀해 보이니 긴 팔을 챙겨 입는다.


“오케이 구글 OO구 OO동 미세먼지 어때” "OO구 OO동 미세먼지 상태는 좋음입니다."

구글의 대답을 듣고 창문을 활짝 연다. 아침 환기 중이다. 요즘 미세먼지가 나쁘지 않아 좋다.


8시 남편이 일어난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아이들 밥을 차려주러 주방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거실에서 외친다. “오케이 구글 뉴스 틀어”

남편은 뉴스를 들으며 밥을 준비한다. 손은 바삐 움직이고 귀로는 어젯밤과 오늘 새벽 소식을 듣는다.


시끄러운 소리에 아이들이 일어난다. 첫째 딸이 눈을 다 뜨지도 못한 채 일어나 구글에게 이야기한다.

“오케이 구글 지금 몇 시야” "오전 8시 10분입니다."


우리 가족 아침 시간의 모습이다.



주말 함께 있을 땐 더 자주 구글을 부른다.  


“오케이 구글 30분 후 알람 맞춰”

가끔 아이들이 동영상을 보려 할 때 타이머를 맞추라고 하면 첫째 딸은 구글에게 부탁한다.


비 오는 날엔 어울리는 노래가 듣고 싶어 구글을 찾는다.

"오케이 구글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틀어"


아이들이 놀다 지쳤는지 구글과 함께 논다.

"오케이 구글 농담해봐" "개그 대 방출 감기가 다 나은지 얼마 안돼서 또 감기에 걸린걸 뭐라고 할까요? 되감기"

"오케이 구글 농담" "유머감각을 좀 더 키워야겠어요."


방에서 쉬고 있는데 5살 둘째의 목소리가 들린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데 둘째의 호출에 응답하는 구글에게 고맙다.

"오케이 구글 바보" "영구 없다. 띠리리리리리"

그 소리가 웃기는지 나에게 달려와 "엄마 오케이 구글이 영구 없다. 띠리리리리리 해요." 한다.


퇴근길, 자동차에서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고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다.

"OO에게 문자 보내." "네, 주인님 뭐라고 메시지를 보낼까요?" "출발" "출발이라고 보낼까요?" "응"


운전 중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어서 음성 버튼을 다시 누른다.

"메모해줘." "뭐라고 메모할까요?" "신과함께에서 듣고 놀라운 인사이트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방의 약국이 35킬로나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말을 멈추면 메모가 저장되어서 한 숨에 할 말을 다다닥 남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내 뜻을 100% 받아 적진 못했지만, 내가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기특하다.


7~8년 년 전 회사에서 음성인식 관련된 제품 UX를 진행했다. 음성인식의 목적은 마치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입력하는 것이었다. 당시 기술 제약으로 일부는 서버를 통해 자연어 처리를 하고 일부는 내재화하여 명령어 처리만 가능했기에 어떨 땐 단어를 이야기하고 어떨 땐 문장도 인식했다. 제약이 많았다. 화제성은 있었으나 쓸모 있진 않았다.


구글은 아쉽지만 내 말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 7년 전 너무도 또박또박 말해야 인식하던 그때의 버릇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지, 나는 기계에 말할 때 기계처럼 말투가 바뀐다. 그래서 내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 

그 사이 음성인식 기술은 놀랍게 발전했다. '음성인식 = 잘 안됨!'이었던 등식이 '음성인식 = 쫌 되네?' 로 바뀌고, 내 일상에서 사용하는 일이 늘었다. 그것도 빈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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