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관찰한다라..
생각나는대로 써보겠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다섯권의 책을 빌려가지고 오면서 생각했다.
아니 생각했다기 보다 나에 대해서 관찰했다.
그리고 쓰고 싶어졌다.
메모장에 쓸까 했지만 그건 매번 종이쪼가리에 끄적거리고 어딘가 굴러다니는 느낌이고 어디에라도 모아진 곳에 쓰는게 낫겠다 싶었는데,
휴면상태였던 여기에 들어와보니 여기에 썼던 글들도 껌종이에 끄적거렸던 것이 나중에 어디선가 나온듯한 느낌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몇개 읽어보려고 열어봤지만 지난 유치한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라서 그만두었다. 책으로 역인 <여행의이유>는 다시 읽어도 그런 느낌까지는 아닌데, 열심히 다듬은 글과 나이브한 글의 차이인가.
할말이 있기 때문에 글로 옮겨야지 한 것인데,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를 켜고, 브런치에 들어오고, 다른 이야기를 쓰는동안 원래 하려던 말은 뭐였지?? 날라가버렸다.
아, 일단 오늘 나는 보통때와 조금 다르다.
과자를 샀다.
내가 과자를 사는일은 한달에 한번 있는 일이다.
생리가 시작하기 2주전- 생리전까지, PMS 생리전 증후군의 증상이다.
아직 2주에서 빨리 시작한다 해도 열흘은 남았을텐데, 너무 빨리 시작해버린 PMS. 아 귀찮아.
이 시기에는 신경이 아주 섬세해진다. (예민하다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작은 것에도 아주 신경이 쓰인다. 지금은 양배추에 신경이 쓰인다. 어제 누가 준 양배추 30키로가 있어서 즙을 짜고자 집 옆에 즙짜는데에 맡겼는데 아직 세척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화요일에 서울 집으로 보내준다고는 하는데 그게 왜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이럴거면 집옆이 아니라 조금 작지만(그래서 상대적으로 손님이 별로 없어 널널한) 홍이네에 맡길걸 그랬지, 라고 내내 생각하는 중이다. 오늘 아침 사실 양배추를 되찾아서 그쪽에 맡길까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양배추 양도 많아서 너무 번거롭기에, 그리고 이것도 PMS의 일종이려니 싶어서 관두었다. 하지만 신경까지 꺼지진 않는다.
아침에는 파스타를 해먹었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해먹고 싶은 것도 많다. 생각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다. 그렇기에 이렇게 글까지 쓰고 있는데 이 시기가 지나가면 브런치는 다시 휴면 상태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신경쓰이는 것이 많아서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걸지도 모른다. 신경쓴다는 건 에너지를 쓴다는 거니까.
화요일부터 필라테스를 하려고 하는데 잘 하는 건지, 그 비싼걸 그냥 집에서 알아서 운동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무릎MRI를 찍어봐서 속시원히 왜 그런지를 알아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또 병원이란 믿지 못할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결정내리지 못하는 것은 돈이 들어가는 사안에 대한 것 같다. 왜냐하면 뭘 먹는지, 어느 카페에 가는지, 어떤 책을 빌리는지는 비교적 잘 결정하기 때문이다. 필라테스를 한 것인지, 4만원을 주고 즙을 짜는데 저렇게 늦게 해줘도 되는건지, 병원에서 MRI를 찍어야 하는지, 이런것들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생각이 많아지고, 다시 제주 일상. 도돌이표.
하지만 조금씩 무뎌져간다. 봄이 오는 설레임도.
도시의 빠르고 정확하고, 정신없지만 뭔가 에너지가 충만한, 요즘은 그것이 그립다. 서울에 가고 싶기도 하고, 다른 도시를 여행하고 싶기도 하다.
제주가 참으로 멋진 곳이고, 내집은 편안한 기운이 흐르는 곳이라는 거. 버릴 수 없지만, 버리지 않을 것이지만
벌써 횟수로 7년째.
한두해쯤 다시 도시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인 요즘이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사라지려나.
사라지지 않는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대로, 1-2년쯤 다시 도시에서 살아볼 것이다.
원하는 것을 너무 미루거나 참지 않는다.
미루거나 참아야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