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게의 기일입니다.
열두달중에 두달이 갔다.
2월 마지막날의 뻔한 시작글이군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시간이 많다.
물론 바쁜 사람들은 바쁘지만.
서울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많을걸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어제 짜이다방 선영이도 '나는 시간이 많으니까' 라고 하며 컵에 하나하나 글씨를 쓴다고 했다. 시간이 많으면 자기 몸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게 좋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자신을 알아가고 관찰하는 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선영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차라리 바깥에 신경을 쏟을 때 몸의 통증도 덜 느껴진다는데 공감했다. 통증은 몸의 소리이니 들어주긴 해야 하는데, 너무 일일히 다 들어주는 것도 신경쇠약해지는 일이겠지. 나는 오늘 어깨도 아프고, 무릎도 걱정된다. 엄청나게 아픈건 아닌데, 그냥 넘기는 날이 있고 이렇게 느끼고 걱정하는 날이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오늘은 고게 기일이다. 2015년 오늘 고게를 묻었다. 땅에 묻고 내 마음에도 묻었다. 묻었다는 것이 어딘가 깊숙한 곳에 있는 그런건 아니다. 언제든 나는 생각할거고, 매일같이 그러하고 있고, 고게가 영혼이 있다면 그녀석도 매일같이 여기에 찾아와주었으면 좋겠다. 10년은 내팔베게를 하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면 꾹꾹이 안마를 해주었고, 어떤 날은 나보다 늦잠을 자기도 했는데 그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다르게 생겼지만 다른 종족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음이 안 맞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가까운 종족처럼 느껴졌다.
그애가 떠난 내 마음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다. 그만큼의 행복은 평생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 자리는 공허가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찰랑찰랑하다. 사후세계란게 과연있을까, 라고 생각하던 나였지만 고게가 떠난 이후로는 사후세계가 반드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고게야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너는 어디에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