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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Jun 09. 2022

계란 사건

# 1


오일장이 거의 끝나갈 때쯤이었던 1시 45분. 계란이 똑떨어졌기에 파장하기 전에 가야 한다는 마음에  대충 차를 세워 놓고 뛰려는 순간, 주차 요원에게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명(?)을 받았다.


 "선생님, 저 계란만 사 갖고 금방 올 건데, 시간이 없어서요."


평상시와 다른 온화한 표정으로 봉을 허공에 휘익 올리는 주차요원. 빨리 다녀오라는 표시이다. 허겁지겁 계란 가게로 가면서 가방에서 만 원을 꺼내 들었다. 주차 요원과 한 약속 때문에 난 마음이 급했다. 좀이라도 늦게 와서 괜한 욕을 먹기 싫었기 때문이다. 


 계란 가게에 도착한 나는 급한 마음에 만 원을 한 손에 들고 사장님을 불렀다. 하지만 사장님은 나보다 먼저 온 손님과 얘기를 하면서 나를 한번 쳐다보기만 했다.


 "사장님, 급해서 그러는데, 계란 좀 주세요."


 돈을 들고 설쳐대자 사장님은 내 앞으로 왔다. 그러고는 돈을 받아서 돈통에 넣었다. 이어 계란을 포장한 사장님은 내게 주면서 말했다.


 "8천5백 원이에요."


 "네. 천 5백 원 거슬러 주세요."


 "돈을 줘야 거슬러 주죠."


 "네? 좀 전에 드렸잖아요?"


 "무슨 소리예요? 돈을 언제 줬어요?"


 이건 무슨 상황이지? 계란 사장님이 나랑 농담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


 "제가 드린 만 원을 돈통에 넣으셨잖아요? 바로 조금 전에요."


 "무슨 소리야? 난 계란을 주기 전에는 돈을 미리 받지를 않아~"


 갑자기 반말을 하기 시작하는 사장님을 보며 난 멍해졌다.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반격에 나섰다.


 "사장님, 제가 만 원 들고 있던 거 받아서 돈통에 넣었잖아요? 제가 2만 5천 원만 갖고 있었는데, 사장님께 드리고 만 5천 원만 남았어요. 이거 보세요. "


난 가방 속을 보여주며 약간 횡설수설 내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사장님은 화를 내고 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여보, 내가 돈 받는 거 봤어?"


 저쪽 끝에서 닭발을 다듬고 있던 남편을 등장시키는 사장님.


 "못 봤어. 그리고 우리는 물건을 주기 전에 돈을 받지 않아."


"그렇지. 여기 이 아줌마가 돈 내는 거 본 사람 있어?"


하면서 사장님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보기 시작했다. 앞쪽 채소 사장님도 나를 보았고, 저쪽 꽃 가게 주인도 무슨 일이냐며 흘깃거렸고, 계란을 사러 온 단골도 나를 쳐다보았다. 난 시장 바닥에 내동댕이 처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목덜미를 타고 머리끝까지 뭔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안압이 올라오는지 눈이 아파졌고 핏줄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아무리 얘기해도 내 말을 믿어 주지 않는 그들과 계속해서 싸우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난 너무 억울했다. 그냥 억울하고 억울하고 억울할 뿐이었다. 


 "진짜 돈 드렸어요. 만 원 드렸다고요. 사장님이 이 파란 돈통에 분명히 넣었잖아요."


 평상시처럼 계좌이체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왜 하필 오늘따라 주차를 잘못하고 와서 이런 꼴을 당하는 거지?  타지에 와서 누명까지 쓰게 되니 지난날의 참고 참았던 절망의 순간순간이 모여들었다. 과거의 그것들은  순식간에 되살아나서 나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계란 값 만 원에 내 모든 절망이 꽂히는 기분이라고 할까. (지금도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전의를 상실한 나는 '타협'이 하고 싶어졌다.


 "사장님, 저는 계란 값을 드렸지만, 사장님이 안 받으셨다고 하니까... 제가 5천 원을 드릴 테니까, 계란 한 판 주세요."


 서로 손해 보고, 아니 나만 손해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이 사건을 종결(?) 짓고 싶었다. 만 5천 원을 내고 8천5백 원짜리 계란을 사겠다는 나도 이해가 안 되는, 특히 사장님 입장에서는 5천 원에 계란 한 판을 사려는 몰지각한 아줌마로 보이는 결정적 역할을 한 나의 제안... 앞으로 단골 계란 가게를 못 가는 것도 싫었고, 여기서 그냥 도둑 취급당하고 끝내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름 이런 제안을 하게 된 거였다. 그게 '난 틀리고 계란 사장이 맞다'는 기폭제가 되었던 거 같았다.


  사장님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달랐고, 그때부터 더 당당하게 나왔고 더 큰소리를 쳐댔다.. 


 "무슨 소리야? *&%$#@~"


  대놓고 제주 방언을 무차별적으로 쓰기 시작한 사장님은 내게 엄청 화를 내었다.


 "사장님,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제가 늘 계란 케이스도 모아서 갖다 드렸잖아요. 만 원 때문에 제가 왜 이런 짓을 하겠어요?"


 뭔가 계속 얘기를 한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잘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그리고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냥 눈에서 핏물이 쏟아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는 것만... 그냥 만 원 떨어뜨려서 잃어버린 셈 치면 되고, 허허허 웃어넘기고 말아도 될 액수였는데도 왜 난 이렇게도 억울하고 서럽고 슬프기까지 했는지, 참 모르겠다. 그냥 억눌렸던 서러운 감정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고, 그날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 2


며칠이 지났는데도 억울함이 가시지를 않았다. 살다 보면 억울한 일 투성이인데...  단조로운 시골생활에 익숙해져서 감정도 무뎌진 줄 알았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일도 쉽게 넘기지 못하는 내가 된 것이, 나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타지에서 당한 일이어서 몇 배 더 강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돌아온 것인지... 참 모를 일이었다...


 난 이틀이 지나서 무심코 그 오일장에 가보았다. 5일에 한 번 열리는 오일장은 나머지 4일은 텅 빈 채로 좌판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난 뭔가에 이끌린 듯 계란 가게 앞까지 왔다. 그리고 작정 없이 그곳을 서성이고 있었다. 막연히 계란 가게를 노려보았다. 좌판에 지저분한 얼룩이 눈에 거슬렸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난 돌아서 오일장을 나오려는 순간...... CCTV를 발견했다. 오일장에는 CCTV가 없을 거라고 단정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검은색 카메라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게다가 CCTV 방향이 잘만 하면 계란 가게를 비출만한 위치였다. 난 몹시 흥분되기 시작했다. 


 CCTV 아래 안내판에는 'CCTV는 구좌읍 사무소에서 관리하고 있다'라며 전화번호가 쓰여있었다. 난 당장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내가 겪은 일을 얘기하고, 사건 당일 CCTV를 보고 싶다고 했다.


 "네, 저희가 오일장 CCTV를 관리하고 있는데요. 담당자가 백신 휴가 중이어서 바로 민원을 해결해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네, 그럼 담당자는 내일 나오는 건가요?"


 "그건 저희도 정확하게 모릅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민원은 담당자에게 꼭 알려 드리겠습니다."


난 연락 주겠다는 공무원의 말에 믿음이 갔다. 그가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인내력이 그 믿음보다 약했다. 난 다음날 오전 다시 전화를 했다.


 "네, 저 *&^%$#~인데요. 담당자 나오셨나요?"


 "어제 전화 주신 선생님이시죠? 오늘도 담당자가 못 나온다고 하시네요."


 "네? 그럼 내일은요? 내일모레가 장날이어서 그날 확인을 해서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데요."


 "담당자가 백신 후유증이 있으셔서 내일도 잘은 모르겠네요. 제가 담당자에게 내일 연락드리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일도 못 나오시면요? 장날이 토요일이어서 근무 안 하시잖아요?"


 "흠... 내일 못 나오셔도, 일이 밀려서 장날인 토요일 나오실 거예요. 꼭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오후가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난 다시 전화를 했다. 또 담당자 아닌 그가 받는다. 약간 실망스러웠고 민망하기도 했다. 내 목소리를 기억하는 그 공무원은 


"네, 제가 오늘 그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서 이런 민원이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내일 토요일이지만 출근하면 연락 준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난 다음날 담당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오일장 상인협회에 내 얘기를 해놨으니까 협회 사무실에 가면 그 문제의 CCTV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대하고 있는데, CCTV에 안 나오면 어떡하지? 내가 만 원을 들고 있다가 돈통에 돈이 들어가는 게 안 찍혔다면, 계란 사장은 끝까지 내 결백(?)을 인정 안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제발 그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게 찾아간 상인 협회 사무실... 주말이어서 서울에서 내려온 시우 아빠랑 같이 갔다.  흥분하거나 낯선 사람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나 대신에 시우 아빠가 나서기로 작전을 짰다.(--)           


 그러나 구좌읍 사무소에서 미리 얘기를 해놨다길래 CCTV를 바로 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뜻밖에도 내 얘기를 다 들은 상인 협회 회장과 몇몇 회원들은 난색을 표했다.


 "억울한 건 알겠지만, 개인 정보 수집 절차에 맞게 동의도 받아야 하고... 지금은 그게 어긋나서 바로 보여 드릴 수가 없네요."


 "네? 구좌읍 사무소에서는 CCTV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요?"


 "안 됩니다. 나중에 계란 사장이 알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가 있어요. 저희 오일장에 131명 회원이 있는데, 유일하게 회원이 아닌 사람이 바로 그 사장님입니다. 저희랑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가 곤란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경찰관을 대동하시고 오세요. 그럼 경찰관, 그 사장님 함께 CCTV를 본다면 가능합니다."


옆에 있던 상인협회 회원이 말을 거들었다.


 "그 계란~ 저번 장날에서 잔돈이 몇 백 원 안 맞는다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어."


 "맞아, 나도 전에 멱살잡이 당하고 *&^%$. 아니, 트럭을 시장 골목에 세워 놓고, 빼라고 해도 안 빼는 사람들이야."


 그 옆 상인도 도통 말이 안 통한다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쉽게 보게 될 줄 알았던 CCTV...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바람은 차가웠고 세게 불었다. 가만히 몸을 두기에도 힘들었지만, 난 지체할 시간도 없이 그 바람 속을 휘청대며 파출소를 향해 걸어갔다.


 "안 됩니다. 제주시 경찰서 가서 고소를 한 다음 절차에 따라서 CCTV를 볼 수 있습니다."


 경찰관은 단호하게 내게 말했다.


 "네? 고소라니요? 계란 값 만 원 때문에 고소를 하라고요?"


 "법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요."


이미 내 인내력은 바람에 날아갔고, 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뭐라고요? 오일장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 때문에 고소를 해야 한다면, 경찰관들은 하는 일이 뭡니까? 어떻게 모든 일을 법대로 진행하시나요?"


경찰에게 '법대로 하는 것을 항의하는' 나를 보던 시우 아빠는 어이가 없는지 내 흥분을 저지하고 말을 이어갔다.


 "민원인의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적 아닙니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


.


.


"그럼 같이 가보시죠. 먼저 계란 가게에 가서 이런 상황을 얘기하고, 일을 진행하도록 하시죠."


 우리의 실랑이를 지켜보고 있던 경찰관이 말을 건넸다. 그렇게 저쪽 끝에 앉아있던 다른 경찰관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 3

 

그제야 '고소해서 제대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되풀이 말했던 경찰관이 입을 닫았다.


"저희랑 경찰차 타고 계란 가게로 가시죠"


제주도 억양을 강하게 쓰던 다른 경찰관은 친절한 얼굴로 우리를 경찰차에 태웠다.(--) 처음 타본 경찰차는 어색하고 불편했고, 나 스스로 문을 열 수 없는 구조여서 기분이 묘했다. 차로 1분이면 갈 오일장이 참 멀게만 느껴졌다. 오일장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 경찰차 속에 우리가 타고 가려니...


시장 주차장에 세워 놓고, 계란 좌판이 있는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는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았다.


저 멀리서 계란 가게 사장을 보니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치감으로 뒤범벅되었던 그날이 다시 떠올랐다.


경찰관을 보고도 전혀 움찔하지 않던 사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옆에 서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선생님(계란 사장), 저번 장날에 여기 계신 선생님( 나--)과 문제가 있으셨다면서요? 오늘 이 선생님(나--)이 파출소에 찾아와서 문제 제기를 하셨습니다."


그러자 그 계란 사장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그날의 얘기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청산유수와도 같았던 사장님의 이야기는 끝도 없었고 그날의 주장과 전혀 변함이 없었다... 듣다 못한 시우 아빠가 제동을 걸었다.


"그러니까 사장님은 저희 아내한테 돈을 안 받으셨다는 거죠?"


"그러다니갱. 난 받은 적 없수다. *&^%$#@(사투리) 다른 사람이 준 만 원을 주어서 내가 돈 통에 넣은 적은 있어도, 저 아줌마 돈은 받은 적이 없수다. *&^%$#@@~"


"그럼 경찰관이랑 상인협회 사무실에서 CCTV를 보러 가죠."


"무슨 소리하겜? 나 바쁜 거 안 보임시? 그런 하지마심? *&^%$##@~"


장사해야 해서 못 간다는 뜻 같았다. 시우 아빠가


"그럼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저희 아내를 도둑 취급했던 거에 대해서 명예 훼손으로 고소할 수도 있습니다."


하고 말했더니, 계란 사장은 악다구니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같이 가지 않겠다니 어쩔 수 없이 우리만 갈 수밖에 없었다.

 경찰관과 다시 간 상인협회 사무실은 회의 중이었고 상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고소 운운했던 경찰관이 그쪽에 서 있으면 바람이 더 세다며 자신의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말없이 사무실 밖에서 회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상인 회장이 들어오라고 했다. 경찰관을 대동했기에 약속대로 CCTV를 보여준다고 했다. 긴장되고 가슴이 떨렸다.


 "몇 시쯤이었나요?"


 "1시 45분 전후일 거예요."


상인 회장은 계란 사장이 안 외서 좀 껄끄럽게 될 수도 있으니까, CCTV를 서둘러 보자고 했다. 화면이 생각보다 깨끗했고 선명했다. 왠지 희망이 느껴졌다. 시간을 맞춰 화면을 빨리 돌리고 있는데, 낯익은 사람이 보인다. 나다.(--) 겨우내 갈색 플리스만 입고 다녀서, 몸과 붙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던 그 옷이 보였다. 머리는 분화구처럼 솟아 있었다. 좀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데, 아~ 내가 돈을 들고 계란 좌판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계란 사장은 다른 고객이 준 만 원을 떨어뜨려서 다시 주워 돈통에 넣는 것도 보였다. 어느새 날 쳐다보더니 내 앞으로 와서 내가 들고 있던 돈을 받아서 돈통에 넣는 것이 정확하게 화면에 나왔다. 조금이라도 내가 뒤쪽에 서있었거나 옆쪽으로 갔어도 만 원을 돈통에 넣는 모습이 안 나올 뻔했던 위치였다. 난 그 화면을 보고 울컥하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런데 어느새 쫓아와서 화면을 보고 있던 있던 계란 사장, 그리고 그녀의 굳은 얼굴, 그리고 그 장면을 보던 상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환호해 주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때였다. 갑자기 계란 사장은 나를 안으며 준비한 것처럼 말했다.


 "아휴, 미안해요. 나 그런 사람 아닌데, 돈 떨어진 것 주운 생각만 나는 바람에 그리 됐수다."


" 사장님, 제 말 좀 믿어 달라고 했잖아요?"


 나는 충혈된 눈으로 계란 사장에게 항의했고, 계란 사장은 당황했는지 연신 돈 떨어져서 주웠던 얘기만 해대었다. 경찰관들도 잘 되었다고 했고, 상인 회장도 웃음 지었다. 나는 이제야 누명(?)을 벗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정의를 지켜 냈다는(--;;)  기쁨과 함께 피로가 몰려왔다. 이 와중에 계란 사장은 미안하다며 만 원은 어떻게 받을 것인지 물었다. (--) 계란으로 달라는 내 고구마 같은 결말에 계란 사장은 내게 물었다.


 "그날 잔돈은 줬지?"


 "......"

 아~~~ 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올 이 사건의 결말에 도돌이표가 숨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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