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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May 05. 2023

제주 갱이 몽돌이

13. 라울이의 운명

그날 이후 영식이 형은 더 바빠졌고 말이 없어졌다.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는 영식이 형은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라울이를 말 없이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어두운 표정으로 라울이를 바라보았다. 놀아달라는 라울이를 애써 외면하고 침대에 눕고는 바로 코를 골았다.  그런 영식이 형을 바라보는 라울이의 눈은 물기가 촉촉했다.

 '왠지 다른 사람 같아. 영식이 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라울이는 냄새나는 영식이 형의 발을 자신의 혀로 열심히 핥아 주었다. 영식이 형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어느 새벽에 라울이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촉감에 잠이 깼다. 영식이 형이었다.

 "라울, 어떡하면 좋지?...... 형이 호주로 가게 됐어. 외국으로 가게 됐다고...... 일 년 동안 일하면서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우고 돌아올 거야. 그러면 형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문제는...... 우리 라울이를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한데...... 휴, 딱 일 년이야! 일 년만 형이랑 떨어져 있으면 돼.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 라울이랑 다시 살 거야. 조금만 참으면 돼, 라울!"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재혼한 아빠와 살다가 독립한 영식이 형은 라울이를 맡길 만한 가족도 친구도 딱히 없었다.  라울이는 얼마 전부터 느꼈던 공포심이 와닿았다. 곧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라울이를 돌봐줄 곳을 찾지 못한 영식이 형은 마음이 급해졌다. 곧 호주로 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는데도, 마땅히 라울이가 있을 만한 곳을 알아보지 못한  영식이 형은 환경이 좋은 동물훈련소나 개인 유기 보호시설도 알아봤으나,  매달 보내야 하는  관리비가 꽤 비쌌다. 영식이 형은 그런 곳에 맡길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뭔가 결정을 해야 했던 영식이 형은 어쩔 수 없이 싼 가격으로 라울이를 맡아주겠다는 동물 보호시설을 찾아갔다. 경기도에 있는 그곳은 시설은 안 좋았지만, 영식이 형은 라울이를 잘 맡아주겠다는 주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라울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어서 돈을 벌어서 좀 더 나은 곳으로 라울이를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라울이는 늙은 개, 털이 군데군데 빠진 개, 여러 색깔의 강아지들을 보면서 너무 슬퍼졌고 가슴이 아팠다. 마치 자신이 여기에서 살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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