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일의 힘.

"각 잡고 시작도 못하느니, 그냥 해보자."

by 글쓰는 회사원H

창밖을 보면 풍경은 고요하다.
하지만... 그 고요 속에서도 여름은 늘 뜨겁다.


나는 더위를 유독 힘들어하지만, 유난히 좋아하는 게 있다. 바로 매미소리다.


한철뿐인 삶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울어대는 것이 마치내가 여기 있다”고 외치는 것 같아서다.

퇴사한 지 벌써 6개월.
집에만 있으면 조용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매일 아침 여섯 시, 윗집 알람 진동 소리에 강제로 눈을 떴다.
한 시간 넘게 울려대는 진동에 시달리면서 처음엔 짜증이 났고, 나중엔 노이로제처럼 괴로웠다.
그러다 엘리베이터 앞에 붙은 누군가의 호소 쪽지를 보고 알았다. 그 소음을 견디고 있던 건 나만이 아니었다는 걸.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같은 또래들이 “취업이 안 된다”는 글이 올라오는 동안, 나는 단 한 곳에도 이력서를 내지 않았다.


대신 삶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야식으로 풀던 습관은 사라졌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고, 위장을 쉬게 하며 몸에 좋은 음식으로 나를 채워나갔다.

‘한 달만 해보자’며 시작한 순환운동은 어느새 세 달째 이어졌다.
겨우 따라 하던 동작들이 익숙해졌고, 근육이 붙고 살이 빠졌다.
꾸준히 하다 보니 "열심 요정상"까지 받았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글도 다시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6년 전 써둔 웹소설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지만, 개인정보 문제로 결국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아쉽긴 했지만 괜찮았다.
그 일을 계기로 다시 글을 붙잡을 마음이 들었으니까.
예전 같지 않아 문장이 더디게 흘러나왔지만, 지금의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또 다를 거라 믿는다.

돌아보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그냥 했을 때, 그저 시작한 일들이 나를 바꿔왔다.
운동도, 식습관도, 글쓰기마저도.
큰 결심이 아니라, 작은 시작이었을 뿐이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든 건, 각 잡힌 계획이 아니라 ‘그냥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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