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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후 Jan 01. 2024

금융인 VS  교사

시와 수필 그 샅 어딘가 접점을 찾아보다


작가란 수식어를 부여받은 후로 문인들과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연결된 접점이 있다. 수필가 선생님 중 교사 출신이 꽤 보인다. 시인 선생님은 교사 출신도 있고 다양하다. 그중 유난히 눈에 와서 박히는 직업군은 금융계이다. 금융이라 하면 은행, 보험, 증권, 카드를 아우른다. 그중에서도 은행 쪽으로 기우는 것은 경험한 자의 한정된 안목일 것이리라.


나름 사색하는 어린 소녀였던 나는 동시 한 편 작은 도드라짐으로 발탁되어 문예반에 입성했다. 문예 담당 담임 선생님을 만난 우연이라 하기에는 어쩌면 천재일우를 잡은 건지도 모른다. 일 년간 담임의 사랑스러운 관심과 조언 그리고 아낌없는 후원으로 크고 작은 전국대회 상을 휩쓸었다.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담임이 여기저기 응모한 결과였다. 지금 같았으면 졸업할 때 고사리손으로 작은 성의 표시라고 했을 것이다. 그 당시엔 움츠린 환경에서 감히 꿈꿀 수 없었기에 너무나 안타깝다. 두고두고 아쉬움에 선생님께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그 후로 시를 혼자 쓸 뿐, 별다른 공부나 첨삭을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산문이야 읽으면서 고치고 또 고칠 수 있었으나 시는 달랐다. 볼 수 있는 동그라미 안에서만 계속 끼적이며 감정이 시키는 대로 쓰기만 한다. 그마저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오랜 세월 거미줄만 치고 있었다.


삶이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을, 시를 쓰고자 하는 의지를 계속 찍어 누른다. 가난한 마음이 싫어 벗어나고자 몸서리친다. 그 결과물은 하찮은 로맨스 소설과 인터넷 소설, 동화 가끔은 장편소설이 위로한다. 자기 계발서? 개나 주고 싶었다. 머물러 있는 나를 채찍질하고 매어 달아 십자가에 건 나사렛을 만들고 싶어 좀이 쑤신 듯하다. 돌파구가 필요하지만 사방이 막혀 있다. 손톱으로 긁어대다 발로도 차 보아도 역부족인 걸 어쩌랴. 나도 자기 계발하고 싶다고요. 제발 방해만 말아주세요. 번번이 무슨 일을 일으켜 길을 막는 건 뭐지요. 제게 무슨 억하심정 있으세요?


늘 머리가 시끄러운 나는 두통을 달고 산다. 펜잘을 먹다가 이명이 들려서 멈추고 타이레놀로 갈아탔다. 몽상과 상상은 나의 친구요 종교였다. 꽉 막힌 숨통을 터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예전부터 그랬다. 그러다 새로운 아이템이 나타났다. 그것은 책이었다. 아름다운 양 날개를 달고 부유하면서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사랑의 화살을 망막에 쏘았고 저항하지 못한 망막은 그 길로 그의 완벽한 포로로 전락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찔린 화살은 깊숙이도 침범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뿌리째 감각뉴런을 타고 중추신경계로 전달한다. 연합뉴런은 하루라도 글자를 읽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 없게 망막에 자극을 준다. 잡지, 동화, 만화, 로맨스 소설, 소설은 늘 망막을 스쳐 간다. 어떤 날은 살짝 어떤 날은 겉돌기도 하면서 눈앞을 연신 얼쩡거린다.


은행이란 직장은 밤이 되면 고요함을 찾게 한다. 낮 동안 고객과의 상담이나 접대는 말로써 열량 에너지를 전부 쏟아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한다. 하루에 정해진 양을 과다 배출한 말은 심신을 절인 파김치처럼 아래로 처지게 한다. 그 여파로 적막이 좋았다. 협소한 나만의 공간에 스스로 가두고 싶었다. 고요와 함께 책을 읽으며 훌쩍거리고 깔깔거리는 시간이 소중했다. 그 순간만큼은 쌩쌩한 젊음이 싱그러움을 발산했다. 경직으로 막혔던 구정물이 수채로 한꺼번에 쑥 내려가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낮 동안 쌓인 팽팽한 시위가 느슨해지며 감정 근육인 승모근이 풀어진다.


글을 읽으면서 글을 쓴 작가를 그려본다.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면서 이미지를 유추해 본다. 글은 기가 막히게도 유추한 실제 모습을 거의 유사하게 거울 같은 마법을 보여준다. 요즘 문학 심리상담사란 자격증도 있다. 글이 말보다 강한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오프라인에서 첫 만남임에도 예전에 알던 사이처럼 글은 관계에 속도전을 낸다. 친근한 분위기를 사전에  조성시켜 준 것이다.


 금융인으로서 시인 중에 금융인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자극제가 되어 자못 고무받는다. 이렇게 말해주는 듯하므로.

                              너도 시 지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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