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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후 3시간전

초상화는 처음이라

뭣하면 달빛이 완성하겠지


초저녁이 배고파 베어 먹은 초승달이 어설프게 웃고 있었다.

2040  퇴근길, 허리 굽힌 달이 내려다보는 저녁 시간

열리는 갤러리에 교통상황상 몇 분 지각을 고지했으므로 천천히 주차하고 문 앞에 섰다.


열려라 참깨!

어쩌다 갤러리



불빛에 몰려드는 나방처럼 코끝으로 스미는 미술의 향기 묘한 익숙함이 느껴졌다. 나 이래 봬도 미술전시회까지 열어준 작가라규.


흔들리는 촛불이 몇 개 몽환적인 분위기를 태우고 있었다.

 야밤에 갤러리는 처음이라, 원래 초를 켜는 건가.

의구심이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으나 아무도 이에 호기심을 드러내지 않을뿐더러 촛불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으로 보아 첫날 공연한 질문을 하여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긴 싫으므로 몰라도 그런가 보다며 앉았다.


일정표

퇴근 후 달빛 초상화 작가라 하여 초상화를 잘 그리기 위한 기법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유추했었는데, 요즘 추세는 기법을 안내하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의 개성적인 표현을 중시한다고 한다.


그래도 살짝 실망한 표시를 내지 않으려 표정을 꼭 잠갔으나,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누군가 입을 삐쭉거리고 들켰나 보다. 매 차시마다 눈, 코, 입, 눈썹, 귀 등 한 가지씩만 기법을 슬쩍 투하한다고 하니, 만근을 한다면 초상화 기법을 득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렷다.


수강생은 3040이라도 선생님은 멋진 스타일이  돋보이는

내게는 어리지만 청춘이 느껴지는 선생님들을 만난 아름다운 밤이었다.


추상화에 이어 이번에는 초상화에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의 끝 금요일에 당분간 불금은 없다.

미술의 향기에 취해야 하므로.



잠깐 이론 수업도 하는 시간,

몰라도 발표 하나는 열심히 하는 나이다.

왜? 그래야 수업하는 선생님 기를 살려주는 일이란 걸 아니까. 


현대미술의 아버지가 폴 세잔이었다고.

그럼 어머니는 누굽니까.

바흐, 헨델처럼 미술에도 있었다.

미술  지식에 눈을 떠야 할 무식이 오롯하게 드러났다.



금융가인 아버지께 미술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보인다는 라벤망으로 드디어

파리살롱에서 그림으로 입상한 폴 세잔, 

사람조차 정물로 보았던 그는 본질을 꿰뚫고자 했다.


모든 사물은

원,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


폴 세잔


피카소가 가장 영향을 받았다는 세잔으로부터 원근법을 깨트린 큐비즘, 피카소의 라이벌은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최애 작가)는 세잔의 영향을 받아 색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세잔, 피카소, 마티스를 한 화면에서 만났다

루이 암스트롱이 혀끝에서 맴돌다 타이밍이 느리게 터진 나머지 특별한 야수파 그림 스타일의 스피커를 놓쳤다.

그래도 다음 시간에도 기회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날 덮는다.


스피커를 만든 교수님 작품



그림이 뭔가 남다른 듯한데 맨눈으론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아 사진을 찍어 줌 아웃해 봤다.


와우, 재즈뮤지션들이다.


재즈 뮤지션 백 명을 그리셨다는, 요 퀴즈가 어려워 맞출 수가 없었다. 단 한 명 빌리 홀리데이만 겨우 맞출 수 있었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가 않다. 아, 잠깐 슬펐다.

상품도 상품이지만, 왜? 혀끝에서만 맴도는 건지, 이름 말고 성까지 생각이 퍼뜩 떠올라야  되는데 순발력이 느려졌다.

그래도 잔나비의 노래를 듣자 헤벌쭉해졌다.


재밌는 수업, 초상화에 품었던 고정관념이 와장창 깨진다!


기법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낯설 게  만나는 미술의 향기,

금요일 밤 퇴근길 초상화 달빛 갤러리가 첫날부터

설렘에다 고소한 들기름을 두 방울 넌지시 끼얹는다.



고유한, 뻔한, 어디서 본 듯한 기법을 벗어나 관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미술 사조를 창조하자는 달빛.


내가 묘사한 장문을 그대로 그린 작가님, 와우!

쓱쓱 잘 그리는 처음 만난 젊은 남자분이 그린 내 캐리커쳐


영원히 남는 그림은

생각과 꿈 그리고

마음을 통해 만드는 것이지

손재주로 만드는 게 아니다.



귀스타브 모로





친절하게 색을 입혀준 젊은 손을 칭찬합니다.





그리고 날 닮았다며 동의해 준  일러 작가가 그린 감성 돋는 초상화이다.

심지어 지문으로 볼터치까지 완성한 그림 잘 알 젊은 작가라 더 뭉클한 건 비밀이었다.



그리고, 색채가 취향을

사정없이 저격한 초상화를 보았다.


야수파라고  우기면서 흉내 낸 작품이다.



콧볼에서 2도 올라간 입꼬리를 어떻게 표현할지, 잠시 정지했지만 잘알못이 더 용감한 법이니까.

휘리릭 완성하였다.



밤이 깊어지는 줄 모르게 몰입했던 시간이 어느새 훌쩍 건너뛴 열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래서 그림 그리는 시간이 좋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 보이는 것은 색이요, 종이로세.


달빛이 밝아지면 금요일 퇴근길이 즐거워질 것 같은 초상화 갤러리 기대기대 만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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