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육아 실수
이 글은 나의 첫 육아 실수에 대한 글이다. 언젠가 신생아인 아이와 단둘이 있던 시절이 두려웠다고 고백한 바 있다. 출산 후 100일, 나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아기를 안아 드는 것도, 아기를 돌보며 틈틈이 수유 중인 산모가 먹어야 할 음식을 챙겨 먹는 것도. 그중 단연 힘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잠이 부족한 것이었다. 사실 잠이 부족했다는 말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세 시간에 한 번은 깨서 수유를 해야 하는 엄마는 좀비처럼 변해갔다.
첫 아이를 안은 기쁨으로 서로를 위하던 부부애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나는 출산 전부터 모유 수유에 진심인 편이었는데, 아이가 너무 자주 깨자 어느 날 밤 조리원에서 무료로 받은 분유통을 마구 뜯기 시작했다. ‘분유 먹으면 4시간은 잔대.’라고 말하면서. 남편은 나를 뜯어말리며 ‘네가 모유 수유한다며.’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이상하게 서운했다. 나보다 아이를 더 생각하는 것 같아서였을까.
워낙 작은 가슴의 소유자였던 나는 모유가 제대로 나오기나 할까 걱정했지만, 막상 출산을 하고 나니 이게 웬걸 양은 차고 넘쳤다. 조리원에 있는 내내 울면서 젖몸살과 사투를 벌였던 나는 결국엔 10개월 완모에 성공을 하긴 했는데, 그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특히 요 시절에는 ‘한번 온 곳에는 꼭 다시 찾아오고야 만다’는 유선염 때문에 자주 열이 올랐다. 아기의 성장을 위해 수유텀을 늘릴 때마다 내 가슴은 탈이 났고, 더불어 내 체력은 바닥을 찍었다.
그렇게 또 다른 어느 밤, 배고프다며 울어대는 아이에게 수유 시간을 이유로 모유 수유를 미루고 있었는데 남편이 말했다.
“그냥 젖 주면 안 돼?!”
말투에 짜증이 담겨있어, 나는 핑 눈물이 맺혔다. 마치 나에게 ‘네 가슴 아프지 않으려고 아기에게 밥을 안 주는 야속한 엄마’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 또한 얼마나 잠이 부족했겠는가! 그저 우린 둘 다 너무 지쳐있었던 것이다. 결국은 시간을 못 채우고 수유를 하면서, 나는 몹시 서운해졌다.
그렇게 산후우울증과 남편에 대한 섭섭함이 조금씩 쌓여가던 어느 날, 아기의 긴 손톱이 하필 눈에 들어왔다. 그때까지 무서워서 남편에게 부탁했던 아기 손톱 자르기를 호기롭게 시작한 것은 그에 대한 약간의 반항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마지막 손톱을 ‘딱!’ 잘랐을 때, 아기가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는데, 손톱 근처에서 피가 나는 걸 보고서야 급히 아기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는 잡히는 대로 옷가지를 아무렇게나 두르고 3분 거리의 소아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하고 아기를 낳은 것이 아닐까. 아기를 키울 준비는 전혀 되지 않았는데 나 좋자고 낳아서 우리 아기를 고생시키는 게 아닐까. 나는 나쁜 엄마가 아닐까.
“어머니, 많이 놀라셨겠어요.”
초췌한 몰골로 허겁지겁 접수하고 들어간 진료실에서 내가 ‘손을 잘랐다’고 말하자,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이다. 그러고는 아기 손에는 소독조차 해주지 않고 집에 있는 연고를 발라주라고 말한다. 그걸로 진료 끝.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에 정신이 드니 그제야 산발인 머리가 신경 쓰인다. 어느 틈엔가 아이는 눈물을 멈추고 생글 웃기까지 하니. 나 원 참. 그렇게 멍하니 병원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에게 아는 체를 했다.
“어? 안녕하세요.”
남편을 따라 연고가 없는 곳에서 출산을 했기 때문에, 나는 이 동네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반갑게 아는 척을 하는 분을 몰라보다니 실례인 것 같아 얼굴을 찬찬히 살폈지만,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저 모르시겠어요? 저는 알겠는데. 조리원...”
상대가 조리원이라고 말하니, 바로 기억이 났다! 화장을 너무 예쁘게 하고 계셔서 전혀 알아보지 못했는데, 같은 시기에 조리원에 있던 둘째 산모셨다. 대부분이 첫째 산모였던 그 사이에서 유난히 여유로웠던 분이었다. 큰 아이가 감기가 걸려 소아과에 오신 모양이었다.
“근데 무슨 일로 병원에 오셨어요? 아직 아기가 많이 어린데.”
걱정스레 내 품에 안긴 아기를 봐주신다. 나는 부끄러움이 몰려왔으나, 아기 손톱을 자르다가 손끝을 같이 잘랐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웃으며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닌가!
“아~ 그거 저도 첫째 때 해봤어요.. 하하”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너무나 안심이 되었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여유가 넘쳐 보이는 엄마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그게 특별히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은 아닌 거구나. 이 분을 만난 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남편에게 말하며 한 번 더 울었지만, 나는 금방 나쁜 생각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를 위로하듯, 아기 손가락 끝의 상처도 흉터 없이 금방 아물었다.
엄마들은 참 겁이 많다. 혹시 내가 좋은 엄마가 아닐까 봐. 하지만 육아에 정답이 없듯, 좋은 엄마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도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아이의 엄마는 ‘나’이고,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내 아이를 사랑할 뿐이다. 미안한 마음에 엉엉 울더라도, 곧 눈물을 털어버리고 한 뼘 더 좋은 엄마에 가까워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건강히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가 늘 말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