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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계속 쓸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by 은호씨

50번째 글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 다짐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하나씩 1년은 글을 올려보자고. 1년이 52주니까 거의 고지가 코 앞인 셈이다. 나는 여태껏 힘든 일이 생기면 작은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달성하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곤 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읊조리면서. 그렇게 버텼던 그동안의 시간을 반추해보려 한다. 말하자면, 이 글은 나를 조금은 칭찬해주고 싶어 쓰는 글이다.


초반에 올렸던 글들은 늘 쓰고 싶었던 주제들이어서 쉽게 쉽게 썼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쓰고 싶은 소재가 있으면 간단하게라도 메모를 해 두었다가, 한 주에 하나씩 주제를 채택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계획대로라면 이 주제를 써야 했지만, 어떤 사건(?)이 생겨 급하게 바꾸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주변은 항상 ‘우당탕탕! 이런 일이!’류의 소재가 넘쳐나는 편이었다.


글의 소재나 주제는 비교적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하려 했다. 걔 중에는 ‘요이땅!’하면 술술 써지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글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내가 쓰고 싶어서 시작한 글쓰기긴 했지만, 난 늘 ‘글을 읽을 누군가’를 염두에 두었다. 모든 글이 술술 쉽게 읽히길 바랐고, 글을 읽고 잠시나마 웃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발행’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여러 번 읽으며 고쳤고, 튀어나온 문장들을 추렸다.


나름 자기 객관화도 철저히 했다. 나는 이곳의 생리를 처음엔 잘 몰랐는데, 보통의 작가님들은 비슷한 소재의 글들을 묶어서 매거진을 만들거나 연재를 하시더라. 연재는 ‘약속’인데, 매주 그날을 지켜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통 자신이 없었다. 또 ‘응원하기’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고 혹했었는데, 언젠가 내가 연재를 하게 되면 감히 누군가의 응원을 바라도 될는지 생각만 해 보았다.


중반 즈음엔 고비도 있었다. 어느 정도 글이 쌓이자, 자꾸 욕심이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더라도 계속 쓰겠다.’는 초연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 것(라이킷♡)만 같아 마음이 몽실몽실했다. ‘나’라는 사람을 아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시작한 ‘몰래하는 취미’에 가까웠던 일이었건만, 소중한 사람들에게 별안간 소문을 내고만 싶었다.


여기 좀 보세요! 나 브런치에 내 이야기 쓰고 있어요!


며칠 동안 일렁이던 이 마음을 꾹 참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든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걸 기억해 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공개적인 공간에 게시되는 글인 데다, 나의 글에는 어쩔 수 없이 내 삶과 생각이 잔뜩 묻어있을 테니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언젠가 누군가가 이거 너지??라고 알아보는 날을 상상하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책을 조금 더 읽기 시작한 일이었다. 책을 좀 가리는 편인 나는 한동안 내 임무라고 생각하고 육아서적만 줄기차게 읽어댔는데,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나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었다. 머릿속의 모든 생각을 좀 더 유려하고 부드러운 문장으로 적어 내려가고 싶었다. 글을 잘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봐야 하는 법이다. 단지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나는 딱히 장르도 따지지 않고 닥치는 대로 자주 책을 읽었다.


그동안 참 즐거웠다. 글들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반짝이는 나만의 보물들을 서랍 아주 깊은 곳에 차곡차곡 숨기는 기분이었다. 글들의 면면을 살펴본다면, 아마도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또한, 내 생각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니 고심하며 썼지만 단정치 못한 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쓰기’를 멈추지 않은 내가 아주 조금은 대견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뭔가를 썼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덧,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면 너무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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