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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다이어트? 저당 술 혈당 다이어트? 다해본 후기

10년 차 (전) 알코올중독 & 다이어터의 초간단 금주 팁 (1)

by 기모냥


이거 모르고 술 드시면 후회하십니다 | 직장인 술 혈당 다이어트, 안주추천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증상이 있나요?

1.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2. 폭식증이 있다. 먹토 같은 식장애 증상이 있다.
3. 건강검진 문진표에 술 먹는 빈도나 양을 줄여서 기입했다.


이 중에 하나라도 속하신 분, 오늘부터 지금 당장 술 끊어 보세요.

정말 진심으로 보장하는데 앞으로의 삶이 더 행복할 거예요.


술이 술을 먹고, 술이 폭식을 부른다


요즘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큰 문제인 마약 남용에 대한 다큐나 영상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정말 소름 끼치더라고요.

친구와 가족조차 잊어버리고 거리에서 노숙자 신세를 전전하게 할 정도로 마약이 저렇게 무섭다니, 충격이죠?

근데 저한테는 술이 그랬습니다.

한국 사회는 술에 참 관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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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가, 친가 할아버지들이 모두 알코올 중독으로 돌아가셨고 그런 유전적 취약성을 타고났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맥주 한 캔으로도 충분히 취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슬픈 일을 잊기 위해서.

그 이후에는 뭐 어떤 이유와 변명을 갖다 붙이든 간에 와인 한 병을 벌컥벌컥 마시고도 모자라서 엄청 도수가 높은 위스키, 양주까지 때려 부었습니다.

나중에는 거의 매일을 혼자 마시고 결국 숨어서까지 마시게 되더라고요.


폭식과 술은 참 찰떡궁합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섭식장애를 겪을 때 유발하기 위한 특정 음식이나 음료 조합이 있다고들 하더라고요.
저에게는 고탄수화물 음식이랑 맥주, 막걸리가 그랬습니다.

맥주를 피처 두 병, 막걸리는 네 병이 기본이었는데 그 엄청난 양이 제 몸에 순식간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다이어트하는 여성에게 술이 더 치명적인 이유


술이 몸에 해롭다는 건 초등학생들도 알아요.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에게 술은 신체가 건강한 남성보다 두 배 이상 위험하다는 사실도 혹시 알고 계셨나요?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현저히 취약합니다.

여성은 위장에서 알코올을 일차적으로 분해하는 능력이 남성보다 약 45% 정도 낮다고 합니다.

여기에 다이어트로 인해 근육량과 글리코겐 등 에너지원이 감소한 상태라면 알코올 대사와 신체 회복 능력을 더욱 떨어집니다.

이미 여성에게 불리한 기초 대사 조건을 다이어트가 한층 더 악화시키는 셈이죠.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음주량이라도 여성은 남성보다 두 배 이상 알코올 관련 질환에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다이어트 지식엔 이미 빠삭한 우리는 술 속의 당이나 탄수화물 섭취 이후 혈당 스파이크가 급격히 오르고 그래서 더 단 게 당기며 이 악순환을 통해 더 살찌는 몸이 되기 쉽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주 없이 술만 먹는 행위는 더 위험합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상승하고, 영양소 결핍은 물론이고 저혈당 위험까지 오면서 뇌, 장, 몸 대사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또한 알코올은 뉴런의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세포의 신호 전달 과정을 방해합니다.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뇌 손상이 영구적일 수 있다는 거예요.

일부 연구에서 발견한 결과,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뇌는 이 구조적 손상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술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저는 술을 끊지 못했어요. 그리고 어떻게든 술을 마시려고 노력(?)했어요.


노력 1. 키토제닉, 저당 술로 다이어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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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당 술을 마시면 괜찮지 않냐고요?
연구에 따르면 저탄수화물 음주 패턴은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대사 저하와 다시 알코올에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를 만듭니다.

게다가 만성 음주는 인슐린 감수성을 저하시켜서 지방 분해 능력을 낮춘다고 합니다.

지방이 쌓이기 쉽고 혈당 조절이 안 되는 살찌는 몸이 된다는 거예요.


노력 2. 적게 마시면서 다이어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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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하루에 딱 한 캔, 일주일에 딱 한 번 정도라면 어떨까요?
연구에 따르면 아주 작은 양의 술이라도 중추신경계에 보상 신호를 제공해서 장기적으로 중독 가능성을 높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저위험 음주는 주 1~2만 섭취를 할지라도 수년간 추적 관찰 시 뇌의 보상 회로가 점차 변형되고 결국 알코올 사용 장애로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한, 두 입 수준으로 마시더라도 중독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것이죠.
그리고 이미 만성적으로 음주 의존도가 높은 상태인 경우에는 단순히 술의 양이나 횟수를 줄이는 감량 전략은 유의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아요.


100일 금주 망한 후기


다이어트와 술은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인지하면서 저는 100일 정도 금주한 적이 있어요.

100일 즈음에 다다르자 저는 가슴속에서 슬며시 이유 모를 확신이 피어났어요.

술을 조절할 수 있겠다.
평생 적당히만 마시면서 살 수 있겠다.

하지만 금주 후 다시 술을 먹기 시작했을 때는 그전과 똑같은 거예요.

아니, 사실 더 조절이 안되더라고요.

그때 확실히 깨달았어요.


술은 줄일 수가 없다.

술은 늘어나기만 한다.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는 알코올로 중독되는 예를 피클에 비유합니다.
오이가 피클이 되는 건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피클이 되고 나면 절대 오이로 되돌릴 수 없죠.

현실을 직시해 보세요.
나는 아직 오이인가? 술에 절어버린 피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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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와 술. 최악의 악순환 굴레


술 좀 마시면서 다이어트하면 안 되냐고요?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마시면서 살 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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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 될 때까지 평생을 망가진 몸으로 다이어트 계속해야 할 수 있습니다.


무려 10년 차 알코올 중독자였던 제가 딱 하루 만에 결심하고 금주한 지 22개월 정도 됐어요.
숙취로 토할 것 같은 아침을 수백 수천 번 맞이하면서 매번 금주를 결심하고, 그날 저녁에 다시 무참히 패배하기를 정말 무한반복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어떻게 단 하루의 결심으로 술을 끊어버리고 더 이상 술이 당기지도 않으며,

이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조차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현재의 이런 상태까지 오게 되었는지.

다음 브런치에서 전부 알려드릴게요.


그럼, 빠잇!


https://www.youtube.com/watch?v=0mG57GY5u3Q&t=13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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