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전) 알코올중독 & 다이어터의 초간단 금주 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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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속 술과 다이어트의 환장 조합을 끊지 못한 저는 정말 수많은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단기적으로 살을 뺀 경험도 많았습니다.
다이어트로 억제된 식욕은 취한 틈을 노려 걷잡을 수 없이 터졌고
억울한 건 다음날 일어나면 뭘 먹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난다는 거예요.
술에서 깬 다음날 아침에 주머니 속에서 막 빵 부스러기들이 나오던 날은 참...
참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원망과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먹은 걸 토해내기도 전에 취해서 그 모든 칼로리가 제 몸에 흡수되었다는 사실이 저를 더 힘들게 했죠.
평소처럼 숙취, 폭식, 폭음으로 자기 혐오에 빠져
자기 개발서로 위로, 동기 부여를 하려고 서점으로 향한 어느 날
이 ‘금주 다이어리’란 책과 눈이 맞았습니다.
'이제 때가 되었다. 더 이상 회피할 수도, 물러설 것도 없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 한두 달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밥 먹을 때마다, 불금이 올 때마다, 주말 저녁마다.
저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었죠.
참기 힘들 때마다 ‘금주 다이어리’나 ‘애주가의 고백’ 이런 책들이랑 영상을 열심히 찾아봤어요.
그들 모두 말하더라고요.
결국은 더 행복해질 거고, 버티다 보면 언젠간 술 생각 따위 나지 않을 거라고요.
많은 중독 전문가, 의사들의 말에 따라 제 주변 환경을 재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강력하게 음주 습관을 트리거 시켰던 원인 세 가지는
일단은 냉장고에 있는 맥주, 막걸리, 집 구석구석에 보관해둔 와인이나 양주를 싹 갖다 버렸습니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 특히 회 같은 거 먹을 때면 정말 소주 한 잔이 간절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무알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 상황은 제가 무한정 피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럴 때면 술 대신 단 걸 먹었습니다.
초콜릿, 케이크, 과자. 당기는 거 다 먹었어요.
자연스레 술에 대한 집착이 음식에 대한 집착으로 옮겨갔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살도 좀 쪘습니다. 배가 부르면 술 생각이 안 나거든요.
다이어터들이 술을 끊을 때 핵심은
단기적으로는, 특히 첫 한 달 정도는 살이 찔 수도 있음을 미리 인정하는 겁니다.
우리 대부분은 술과 식사를 함께 하죠.
그리고 이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들은 음주의 즐거움을 극대화합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 = 술이라는 이런 습관 회로가 형성되고
그게 지속적으로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까 배고픈 상태에서 막 맛있는 음식을 보면 술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죠.
이런 상황을 임신한 상태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당장은 계속 생각나고 어쩔 수가 없어요.
그렇게 막 마셔 대다가 갑자기 술을 끊으면 뇌와 몸이 아우성치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아기가 태어난 뒤 시간이 지나면 몸이 자연스레 회복되는 것처럼
결국엔 대사와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거예요.
그러니까 자극적인 음식들, 길티 푸드에 의지하라.
당장은 술보다는 낫습니다.
처음엔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꾸던 술 마시고 취해서 후회하는
그런 꿈조차 이제 꾸지 않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술 마실 때 다른 음료나 무알콜 맥주도 필요 없어졌어요.
물론 제가 금주가 안정된 뒤에 다이어트나 단식을 감행했던 탓에
폭식증이나 섭식 장애 증상이 완전히 낫진 않았지만
술 마시던 때에 비하면 1/10, 아니 1/100 정도로 확연히 줄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아침에 숙취로 고통 받지도 않고
얼굴이랑 턱, 임파선이 뚱뚱 부어서 집에 처박혀 있지도 않아요.
다시 폭식이나 폭음에 휩싸였던 일도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아요.
주변에서 혈색이 참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금주 다이어리' 책의 저자도 술 끊은 지 몇 개월 만에 5년은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일전에 심각한 알코올 중독 환자는
뇌의 구조적 손상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뇌의 가소성 덕분에 손상된 영역 주변에 뉴런이 새로운 연결을 형성해서
기능을 보완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이때 특히 운동과 건강한 식단, 뇌 훈련, 명상 등이 도움이 된다고 밝혀졌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 ‘소식법’은
금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동적 행동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알코올로 손상되고 파괴된 뇌를 회복시키는 행위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천천히 씹으면서 맛이나 질감, 냄새, 온도 등을 인식하고
입에 넣을 순간의 감각적 경험에 몰입하는 이런 행위는
알코올로 발생한 염증을 줄이고 뇌의 가소성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해요.
게다가 알콜로 망가진 도파민 시스템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선순환의 시작으로 술로 풀던 스트레스도 운동으로 풀기 시작했습니다.
병원 쇼핑까지 할 정도로 심각하던 건강 염려증도 확연히 나아졌어요.
게다가 이제 알코올성 치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숙취와 자기혐오로 맞이하던 끔찍한 아침들이 사라진 것이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무엇보다 알코올이라는 증폭기로만 느낄 수 있었던
이젠 술 없이도 온전히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에 따르면
중독 상태에서 우리의 뇌는 고통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많은 행복을 반대편에 쌓아 올려도 우리 뇌는 고통만을 느끼죠.
하지만 최소한 4주의 시간이 지나면 이 저울이 정상범위로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정말 고맙게도 우리의 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거죠.
여러분들께 하나 더 큰 동기 부여를 해 드리고 싶어요.
금주했더니 생활비가 무려 반 이상 줄었습니다.
이런 고물가와 저연봉 시대에 연봉이 거의 2천만 원 오른 셈이에요.
그런데 과연 돈만 아낀 걸까요?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
그리고 활기차게 앞으로 발전하면서 보낼 몇십 년간의 시간들
또 노화되고 병든 몸으로 인한 의료비까지 생각하면
사실 몇십억을 아낀 효과일지도 모르죠.
“인생의 재미는 술이다.”
“좋은 사람과 마시는 술은 보약이다.”
“적당히 마시는 게 장수의 비결이다.”
이제는 믿지 마세요.
세계 최고 권력자인 트럼프조차 술은 쳐다도 안 봅니다.
술 없이도 우리는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가 정상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딱 한 달만 끊어보세요.
그리고 한 달 동안
금주, 저도 해냈습니다.
여러분도 분명 해내실 수 있을거에요.
오늘부터 다이어트말고 금주 어때요?
https://www.youtube.com/watch?v=0mG57GY5u3Q&t=13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