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함의 일

'CODA' 후기 (1) - 우리에겐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해

by 은혜은

CODA : Children Of Deaf Adults 의 약어.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를 의미.


청각장애인 가족의 유일한 청인 구성원인 루비가 우연한 기회로 노래에 재능을 발견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 속 청각장애인 아빠, 엄마, 오빠의 역할을 실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가 소화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놀랐던 부분은 영화가 생각보다 '시끄럽다'는 점이었다. 청각장애인의 삶은 막연히 고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이 내는 소리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시끄러울 수도 있구나.


우리 언니는 장애등급제가 있던 시절에는 '지적 장애 2급'이었고, 지금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곤란함을 감추려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곤란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구나'라고 말한다. 한 때는 그게 참 싫었다. 말해도 어차피 모를 거면서 왜 물어봐. 언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나한테도 쉬운 일은 아닌데. 어렵게 꺼낸 말에 그 어떤 이해도 받지 못하는 순간들이 쌓여갈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굳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모르는 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같은 지적 장애라도 실제 생활기능 수준이 천차만별이기도 하고, 모든 사람이 지적 장애인을 근처에 두고 살아가는 게 아니니까) 이해받지 못하는 일의 반복이 여전히 달갑지는 않았다.


코다를 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는 어렵게 꺼낸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을 굳게 하는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겪어보지 않은 삶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무지할 수밖에 없는지. 그럼에도 알려고 하는 노력이 소중한 것은 아닌가, 앞으로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더 열린 마음으로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즐겨보는 인스타툰에서 '무해함'에 대해 이야기했던 에피소드가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수로 살고 있고, 수는 사는 일에 대응하며 변하므로 틀림과 어긋남이 생긴다고. 그래서 내가 누구에게는 해로움일 수 있음을, 너 또한 나에게 유해하게 될 수 있음을 짚어보고, 해와 무해를 구분하며 무해의 세계를 건축하려 시도하는 일. 그 공간으로 누군가를 초대해보는 일. 초대를 받으면 용기 내어 이끌려보는 일. 그렇게 애써보는 것이 선의가 아닌가 한다. 무해의 일은 얇고 가볍게, 투명한 한 겹이 되는 일 같아 보이지. 그런데 나에게는 오히려 무장하는 세계 같다. 의식을 여러 벌 껴 입히고 무겁게 끌고 가보는 일인 것 같다. 해를 덜어냄이 아닌, 해로움 많은 나의 삶에 무해를 첨가해보는 일 같다. 그래서 어렵고 힘들지. 귀한 것이 되지."
- 땅콩 일기 '없는 사람(1) @jjungjji_art


무해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의식을 무장하는 일. 유해한 말을, 상처 주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이성과 감성을 곤두세우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일.


가족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음대 진학을 포기하고 어촌에 남겠다는 루비에게 오빠는 화를 내며 말한다.


"넌 우리가 바보로 보일까 겁나지? 그 사람들이 농인과 상대하는 법을 배우게 해. 우린 무력하지 않아.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우리 가족은 잘 살았어. 가. 넌 어부가 아니야."


코다에서 그리는 청각장애인은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도, 여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천사 같은' 존재도 아니다. 딸과, 동생과 다투기도 하고, 걱정하다가, 질타하고 화를 내기도 하는, 그러다 안아주는, 따뜻하고 유해한 평범한 가족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더욱더 많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일단의 한 줄 평은 '의식을 무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영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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