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창밖으로 노량진의 회색 풍경이 보인다. 노량진은 지날 때마다 아련해지는 게 있다. 여기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낸 게 아닌데도 그렇다. 너무너무 불안했던 21년의 여름, 가을, 겨울과, 그 시간들을 거쳐 들어온 곳에서 제 발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을 나란히 두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21년의 나도 '합격만 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야. 다 좋아질 거야'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와 붙으면 어떡하지 사이를 오가다가 그래도 붙으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덜 불안하겠지, 조금은 안정감이 있겠지, 에 이르지 않았나.
그리고 그 최소한은 이루어졌다. 얼마나 괴롭든 간에 소속과 월급이 주는 안정 속에 있으니까. 내가 원했던 안정은 이루어졌다. 여기에 있다. 안정이 곧 행복이 아닐 뿐이지. 인생을 너무 돌아가나.. 싶어 울적하기도 한 날들이었는데 그냥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나아가야겠다..
라고 쓴 지 3일 만에 또 너무 작아지는 나.. 평일 오후 5시의 상공회의소에는 뭔가 멋져 보이는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나도 엄연히 직장인이긴 한데 왠지 마음이 쪼그라든다. 갈지 자로 흔들리는 마음을 안고 나아가기란 참 쉽지가 않다. 그래도 가야지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