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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혜 Eunhye Jeong Aug 28. 2015

진도, 아리랑 여행

뮤직 비디오 촬영 III

8월 26일 수요일 날씨, 흐림?

앨범 타이틀인 '진도 아리랑' 뮤직 비디오의 마지막 촬영지인 진도.

지난 주 부터 태풍 고니 소식이 들려왔고, 이 날도 일기예보에는 '흐림 - 비올 확률 30%'라고 했기에, 비에 촉촉히 젖은 영상이 나오겠다고 예상을 했다. 그런데, 그와는 정반대의 보기 드문 청명하고도 아름다운 날씨가 펼쳐졌다. 가는 길에는 펼쳐지는 각양 각색의 구름을, 진도에서는 아련하고 포근한 바다의 빛과 섬들을 감상했다. 축복받은 날이었다.

차 창밖으로 본 하늘의 모습 | 경부 고속도로 또는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iPhone 5s로 찍음



앨범 제작과 뮤직비디오 제작 - 여럿이 맞들어서 행복했던 '백지장'


내가 음악을 하고 앨범을 낸다 하면, 주변에서는 기획사를 통해서 제작을 한다고 흔히 생각을 한다. 미국 보스톤에서부터 알아온 많은 음악인 친구들이 그러듯, 나도 독립적으로 제작을 했다. 뮤직 프로듀서는 따로 두었지만, 그래도 모든 제작과정을 내가 스스로 진행했다. 작곡과 연주는 물론이고, 녹음실 예약, 연주자/디자이너/엔지니어 섭외, 앨범 재킷 촬영, 펀딩 (크라우드펀딩으로 많은 분들의 후원을 받았다), 앨범 디자인, 프린팅, 발매 등등...  이번 앨범 '터틀 스윗'은 나의 첫 앨범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 헤맸고, 더 시간을 끌며 고민했고, 일 진행도 예상보다도 많이 느리게 되었다. 그래서, 첫 녹음 이후 1여년이 지나서 미국과 한국에서 발매를 했다.


그와는 달리, 이번 뮤직비디오 제작과정에서는, 감독님께서 모든 프로덕션 과정을 총괄하셨고, 좋은 스태프분들과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서, 나는 너무나 편하게 내 몫을 담당하기만 하면 되었다. 나의 몫은, 아이디어 회의에서 의견을 내기, 로케이션 리서치 하기, 포즈(?) 잘 취하고 행동을 디렉팅에 맞춰 잘 하기였다. 나머지는 프로들의 머리가 맞대어지고, 그분들의 기술과 감성이 발현되고, 좋은 자연환경이 받쳐주었다. 배우 황정민의 그 유명한 시상소감, "차려놓은 밥상에서 밥만 맛있게 먹으면 되는 일"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이도, 참 감사했다.


촬영 작가님과 나, 진도의 어느 파 밭에서


진도 세방낙조 | (왼쪽부터) 촬영작가님, 감독님, 나, 작가/스태프님


진도 소포리 전통 민속전수관

이번 촬영의 마지막 챕터이자 백미이기도 했던 소포리의 어른들을 뵈었다.

오리지널 진도 아리랑이 아니라, 전통과는 다르거나 혹은 맞지 않거나 한 나의 트랙을 들려 드린 후, 어르신들과 함께 둘러앉아 원래의 진도 아리랑을 불렀다. 다른 할머니들로부터 '성님'이라고 불리면서 내게 한소절 가르쳐주신 그 어르신의 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국악 트레이닝을 받아 전문적으로 소리를 하시는 분들과는 달리, 편안하고 따뜻하고 정감있는 자연스러운 구성짐이 감동적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스태프 전원이 감동한 잊지 못한 시간이었다. 진도 아리랑보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곡인 '흥타령'도 불러주셨다. 그 일부가 담긴 비디오 클립을 공유해본다.

https://vimeo.com/137447826

촬영을 모두 마치고, 준비한 막걸리를 전해드리고 가려는데, 우리 팀을 예쁘게 보시고 자고 가라고 자꾸 권하셨다. 아쉽지만, 다음에 또 오겠다고 하고, 이름도 여쭙지 못한 채, 한 분 한 분 손 붙들고 인사만 하고 나왔다. 평소 낮에는 밭일도 하시고, 강강술래도 하고, 게이트볼도 하시며 재밌게 사신다고 하시는 그 분들의 소리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진도는 사람도 자연도 포근하고 아름다웠다.


세방낙조에서 본 광경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어찌 표현이 잘 되지 않았다. 아련하고도 찬란하게 느껴졌다. 바닷물이 이렇게 많지 않았던 구석기 (빙하) 시대에는 일본 열도까지 육지로 연결되어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역사의 그 언제 쯤, 수장(?)된 진도 너머로 보이는 그 땅에는 어떤 기억이 남아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바다 위로 드러난 아름다운 섬들을 감상하는데 음악적인 영감이 꿈틀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편성이 큰 오케스트라 곡이 어울릴 것 같다.


긴장되고 부담감 마저 있었던 마지막 촬영을 무사히, 행복하게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에 작별인사를 했다.

아, 그런데, 감독님은 홀가분해만 보이지는 않았다. 편집과 비디오 활용 방안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포스트프로덕션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완성된 '진도 아리랑' 뮤직비디오:

https://youtu.be/1e0tl1F8c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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