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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네 Dec 25. 2021

첫 번째 수업 - 동선

뻘쭘한 두 팔은 어디에 둬야 하는지

Lesson 4. 제대로 서있기

진도가 원활해서 내친김에 동선까지 맞춰보았다. 서서 하는 연기는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뻘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이지 팔이 아주 많이 뻘쭘했다. 노래 부를 때는 마이크라도 쥐고 있는데, 대본이라도 들지 않으면 정말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두 팔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서 자꾸만 팔짱을 끼게 되었다. 상황상 팔짱을 껴도 되는 장면이었지만, 삐딱한 감정을 표현하려다 보니 자꾸 건들거리게 되었다. 건들거리지 말고, 적당히 힘을 주고, 안정적으로 서있어야 했다. 내가 평소에도 이렇게 대충 서있었구나 싶었다. 


Lesson 5. 선행동 후대사 

먼저 행동하고 그다음에 말하기. 연기를 좀 배운 이에겐 너무나도 기본적인 원칙이었지만 나는 처음 들어보았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순간을 움직이면서 말을 하는가. 평소에도 성격이 급한 나에게는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고 말하는 것은 꼭 슬로모션 같았다. 어쨌든 원칙은 이랬다. 움직이고, 행동을 정리하고, 그다음에 대사를 하기. 먼저 행동을 하고 말을 뱉으니 좀 더 안정적으로 대사를 할 수 있었다. 감정을 느낄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이 원칙에 따라 하고 싶은 행동은 자연스럽게, 몸이 가는 대로 편하게 표현해보라고 하셨다.



Lesson 6. 동선과 혼선

동선까지 들어가니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타이밍 맞춰 말하기도 바쁜데 이런저런 행동도 해야 했다. 유난히 움직임이 많은 장면이기도 했다. 물건 찾는 시늉도 여러 번 해야 하고 사진 찍는 시늉도 해야 했다. 대사 순서가 숙지가 덜되어 잘못된 타이밍으로 몇 번 NG를 냈다. 몸을 움직여가면서 말까지 하려니 헷갈렸다. '오.. 역시 어렵구나...!' 


앉아서 대사만 하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래서 대사를 잘 외워놓아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현장에서 가끔 여러 장면으로 끊어 찍는다 해도 배우들은 이걸 언제 다 숙지하는 걸까. 감탄스러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숙지하는 데에는 연습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어렵지만 재밌을 것 같았다.



Lesson 7. 흐름 외우기

꽤 짧은 장면이었지만 주고받는 대사의 순서가 헷갈렸다. 문장 자체보다 '흐름'을 외워야 했다. 상대방의 대사에 동문서답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펜으로 문단을 나눠보았다. 감정이 고조되는 단계에 따라 혹은 주인공의 동선에 따라 4개의 대화로 나눠보니 좀 더 잘 외워졌다.


개인적으로는 한 글자도 틀리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 외우고 싶었다. 선생님께서는 강박적으로 외우기보다는 맥락에 맞도록 편하게 외우라고 하셨다. 실제로 촬영해보면 상대방이 대사를 조금 틀린다거나 갑자기 다음번에 나와야 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당황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나가려면 문자 자체보다 흐름을 외우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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