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스모먼트 Feb 24. 2019

충전중

회사에 다니는 동안 나는 방전되어 있었다.

회사, 집, 회사, 집을 반복하던 그 시절.
나는 방전되어있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집에 도착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많았다. 집에 도착하면 적당히 밥을 먹고 SNS를 떠돌아다녔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 그림을 그리기 싫어하는 나를 보며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그때 모든 기력을 회사에 쏟고 있었고, 회사에 다니는 것 만 해도 힘에 부쳤다. 그런 상황에서 집에서 게을러지는 나를 자책했었다.

퇴사 후 3개월째에 들어갈 때쯤 깨달은 건
대학교 시절부터 퇴사 하기까지

단 한순간도 이런 여유를 느낀 적 없었다는 것.


과제던, 알바던, 취업준비던, 일이던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고 바쁘게 사는 게 나에게는 당연했다. 그때는 그게 잘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고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자신이 뿌듯했다. 그러는 동안 내가 얼마나 지쳐가고 있는지는 깨닫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나 자신을 몰아넣고 있었는지 퇴사하고 3개월쯤 됐을 때야 깨달았다. 갑자기 밖에 나가고 싶을 때 언제든 나가서 공원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 책을 보고 싶으면 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하고 싶을 때 운동을 하고, 무엇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간섭받지 않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진정한 의미의 휴식은 이런 걸까 하고 생각했다.



지금은 회사에 다닐 때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고 그게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회사와 집을 반복하던 날들, 일하는 기계라고 느껴지던 그 시절보다 여유가 생겼고, 더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나를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여유로운 삶을 유지하진 못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휴식이 내가 앞으로 나아갈 때를 위한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나중에 또 바쁘게 살며 힘들 때에

지금의 이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은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Esto quod e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