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제주 한달살이의 장점 중 하나는
그래서 기가 막히게 맑은 날, 같이 휴무인 스탭과 함께 우도를 가기로 했다.
전기차를 탈까, 자전거를 탈까 고민했지만 걸어서 다니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도보여행으로 결정하고 걸어서 우도 한 바퀴를 돌겠다는 패기로 우도로 가는 버스를 탔다.
종점에 내려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데 앞에 사람들이 우르르 가는 방향을 따라가니 선착장이 나왔다. 마침 딱 배 시간에 도착해서 바로 배를 타고 우도로 입도했다.
배에서 내려 해안가 쪽으로 걷는데 옆의 바다가 반갑다는 듯 찰랑이며 빛나고 있었다.
“예뻐… 행복하다.”
그렇게 바다를 우측에 끼고 걷는데, 어느 순간 막다른 길이 나왔다.
알고 보니 길을 잘못 든 것. 조금 당황했지만 그 당황을 이길 만큼 근처의 풍경이 너무 예뻐서 그저 좋았다.
다시 지도를 보고 돌아 나와 다른 길로 가니 이번에는 오름이 나왔다.
“우리 오름 넘어야 해…?”
몇 번이고 지도를 확인했지만 지도상으로는 결국 오름을 넘게 되어있어서 하는 수 없이 오름 방향으로 향했는데 올라가는 길에 말들이 있었다.
“오… 말타기 체험할 수 있는 건가? “
“그러게. 그런 것 같아.”
말 타는 사람들을 조금 보다가 다시 오름을 향해 오르는데 갈수록 경사가 높아져서 너무 힘들었다.
“와… 높다. 힘들어…”
올라가다가 지쳐서 잠시 쉬려 뒤를 돌았는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예뻤다.
“대박…”
그 뒤로 힘들 때마다 뒤돌아 보이는 풍경을 보고 힘을 얻었고 드디어 정상에 올랐을 때, 눈앞에 보인 건 내려가는 길이 아닌 다른 철조망이었다.
또 길이 막히자 어이가 없었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본 우도가 너무 예뻐서 아무 상관 없어졌다.
“그래도 오름 올라오길 잘했어.”
“맞아. 우도 전체가 내려다보이니까 너무 예쁘다.”
다시 오름을 내려가다 보니 해안 등대로 빠지는 길이 보여 그 방향으로 향했더니 새하얀 등대가 나왔다. 그 등대 옆에 내려가는 다른 길이 있어서 가보니 해안도로로 빠지는 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원래 가려고 했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드디어 해안도로다ㅋㅋㅋㅋㅋ”
“몇 번을 돌아온 거야 우리ㅋㅋㅋㅋㅋㅋ”
좀 걷다가 땅콩아이스크림을 파는 집이 있었는데 같이 간 스탭이 자기가 맛있는 집을 안다며 한 곳을 추천해줬고 진짜 엄청 고소하고 맛있었다.
“우도에는 땅콩이 특산물인가? 땅콩 메뉴가 진짜 많은 것 같아.”
“땅콩 아이스크림, 땅콩 스무디, 땅콩 와플…”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시 걷는데 날이 너무 좋아서(20도) 점점 더워지기 시작했다.
“더워… 거의 여름인데.”
“아까 버스에서 유채꽃 피었던데 이래서 피었구나… 진짜 덥다.”
아무 생각 없이 껴입고 온 나는 결국 속의 히트텍을 벗었고 들고 있던 겉옷과 함께 가방 안에 넣었다.
”이제 날 좋은 날 여행은 밤에 돌아오는 일정 아니면 가볍게 입어야겠다.“
앞으로의 여행 복장의 다짐과 함께 조금 더 걷자, 점심을 먹기로 했던 돈까스 집이 보였다. 바질 돈까스를 먹고 싶었지만 3시 가까이 된 시간이라 품절이었고, 치즈돈까스와 등심돈까스를 시켜 나눠먹었다.
돈까스를 다 먹고 남은 길을 확인하니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우도 한 바퀴는 못 도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일정을 변경해서 우도 중앙을 가로질러 서빈백사해수욕장을 가기로 했다.
우도 가운데를 걷다 보니 곳곳에 땅콩 밭이 보였는데 땅콩 밭을 처음 봐서 신기하기도 하고 밭과 함께 바다가 보이는 모습도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그렇게 걷다 보니 점점 하늘에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서빈백사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땐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 구름에 해수욕장의 에메랄드 바다가 살짝 가려진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예뻤다. 평일인 탓에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 여유롭게 바다를 둘러보는데 옆에 모녀로 보이는 분들이 보였다. 딸이 바위 위에 서서 사진을 찍으려고 바위를 밟았는데 미끄러져 바다에 옷이 젖었는데, 그럼에도 신난다는 듯 즐겁게 웃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구경하고 나도 사진을 찍고, 사진에 찍히다가 배 시간이 되어 선착장으로 향했다.
배에 들어가 앉으니 갑자기 피로가 확 몰려와서 다리가 아파왔다. 문득 몇 보 걸었는지 궁금해서 확인해보니 2만보를 찍었다.
“와 2만 보ㅋㅋㅋㅋ”
“대박ㅋㅋㅋㅋㅋㅋ”
배를 타고 제주도로 돌아와 버스에서 눈을 감고 오늘의 여행에 대해 생각했다.
‘그저 걸어서 우도를 한 바퀴 돌아보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입도했는데 결국 한 바퀴는 돌지 못했네. 그렇지만 길을 잘못 든 덕분에 본 예쁜 풍경들이 많았어. 오름도 오를 생각 없었는데 정상 풍경이 너무 좋아서 행복했지… 스탭 동생이 알려준 땅콩 아이스크림도 진짜 맛있었고.‘
‘여행이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정말 맞는 말 같아. 계획대로 되는 거 하나 없고, 계획이 어그러지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것들을 만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걸 다른 사람을 통해 경험하기도 하고.’
‘여행의 묘미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있듯, 인생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또 다른 묘미가 있겠지.‘
‘인생이란 여행에선 어떤 일들이 또 내 앞에 펼쳐질까.‘
그렇게 여러 생각들 속에 쌓여있다가 어느새 내릴 정류장에 도착해서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게하게 도착하니 일하던 스탭이 맛있는 저녁을 차려놨다.
고마운 마음으로 밥을 먹는데 문득
그렇게 맛있는 밥을 먹고 방으로 올라가 행복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인스타툰으로 그리는 제주 한달 생활 이야기를 글로 자세히 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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