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껑열린 별똥별 Nov 19. 2021

때로는 비건도
삼천포로 빠지고 싶을 때가 있다!

아직도 포기가 안 되는 몇 가지…. 그래서 나는 날라리 비건인 거지


다행히도, 나의 비건 journey는 그냥 쉽고, 편하고, 부담 없이 시작되었다.  뭔가를 시작할 때 아주 깊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나한테 닥쳐온 일이나 다가온 사람은 분명히 나와 운명적으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숙명론을 믿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런 난해한 생각의 방식은 나의 오지랖을 넓게 하는데 당연 큰 일조를 했다.  


평소 그리 고기를 즐겨하지 않은 인간이어서 No meat days를 선포한 이후에, 아주 즐겁게 페스코 테리안 (해산물 하고 야채를 먹는 사람) 라이프를 즐겼다.  그러다 Seaspriacy나 Chasing Coral, The Cove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에는, 해산물을 끊고 음식에 있어서는 진짜 95% (내가 100% 기른 음식만을 먹는 상태가 아니다 보니 밖에서 어떤 animal products가 첨가되었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경우가 있으므로) 비건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전혀 하지 않았던 제폼 뒤의 첨가물을 아주 꼼꼼히 읽는 것부터 시작해서, 밖에서. 식사를 할 경우에는 비건 음식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다면 나를 위해서 뭘 어떻게 해 줄 수 있는지를 꼬치꼬치 물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참 기특하다고, 세상을 살리는 영웅처럼 자부심을 가지고 한동안 열실히 했다.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음식 주문을 할 경우, 아주 까다롭게 부탁을 해도 웬만하면 다 들어준다,  워낙 세상 여기저기서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와서 사는 곳이다 보니, 한국처럼 정칙을 따라 “이 방식이 맞아, 이렇게 먹어야 해”하는 틀 자체가 이곳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방문을 했을 때도 고기를 느... 므 사랑하시는 엄마시지만, 코로나로 인해 2년 만에 찾아온 딸을 위해  온갖 비건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80이 되셨지만 혼자 youtube를 찾아보시며 연구하셨다고 한다.  역시 리! 스! 펙! 트!  처음 젓갈을 넣지 않고 만드신 비건 김치에 본인도 너무 감동하신 걸 보면서, 비건 지향에 음식이 큰 장애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문제의 발단은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  비건 지향 전에는 종종 식사 전 좋은 red wine 한잔을 엄청 즐겨했었다.  그러다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 제품이 사용되는 것을 알았고, 그 좋아하던 일을 stop 했다. 정말 특별한 날 open 하려고 꼭꼭 숨겨 든 special wine을 볼 때마다, 저 아까운 것을 어찌 처리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스스로 조금씩 살을 찌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한테 절대 강요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늘 하곤 했는데, 정작 나 자신을 비건 지향이라는 틀 안에 꽁꽁 묶어 놓은 것이다.  슬슬 숨 막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바로 어제! 평소 너무나 친하게 지내는 애나 언니의 집에서 난 불투명하게 내 두뇌에 진을 치고 있었던 뿌연 기운의 정체를 밝혀내었다.  애나 언니가 나만을 위해 젓갈 살짝 넣고 빨간 고춧가루를 솔솔 첨가 해 만든 fresh 한 배추 겉절이에 그만 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겉절이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김치였다.  


개인의 습관을 변화시키는데 극단적인 행동이나 갑작스러운 변화는 절대 오래갈 수 없다.  비건 지향도 마찬가지이다.  꾸준히 공부하고, 몸과 마음이 이해를 하고, 천천히 실행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함을 느껴본다.  내 몸과 마음이 진정으로 이해했을 때 나오는 행동이 나의 오래된 습관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