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컵 사용 후기
몇 년 전에 잘 아는 미국인 친구 첼시와 수다를 떨다가 자기 언니가 회사를 하나 차려서 제품을 만드는데, 아마존에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얘기를 했다.
나: “너무 잘됐다!!” “품목이 뭐야”
첼시: “응, 생리 컵”
나: 뭐????? (세상에…. 그런 게 존재하는지 몰랐다. )
나: 생리 컵? 컵을 몸에 집어넣어? 생리대나 템폰 안 쓰고? 세지 않아? 아프지 않아? 걸어 다닐 때 빠지지 않아? (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그녀가 말했다.)
첼시: 너 써 볼래?
오지랖 넓고 새로운 거 시도해 보기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때는 왜 그랬는지
나: 아니…
라고 대답을 했다. 내 몸 안에 뭔가를 집어넣고 다녀야 한다는 자체를 상상만 해도 불편하고 짜증이 났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비건 지향을 시작하면서 먹거리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자연히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나, 인간이 매일매일 토해내는 이 많은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 집 앞에 산처럼 쌓여있지 않으면 분명 다른 곳에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있을 텐데……
작년 7월쯤이었던 것 같다. 마법이 걸린 그날, 늘 하던 대로 생리대와 탐폰을 챙기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반은 남자, 또 다른 반은 여자라는데, 이 많은 여자들이 매달 생리를 할 때마다 사용하는 생리대와 템폰의 양이 무지막지하겠네! 하루에도 몇 개씩 길게는 1일주일 동안 세상의 여자가 본의 아니게 쏟아내는 그 쓰레기들. (물론 reusable 천을 사용해서 빨아 쓰는 사람들도 있고, 피임을 하는 사람들은 제외다)”
갑자기 눈앞이 아찔 해 졌다. 게다가 생리대와 템폰의 사용은 엄청난 쓰레기의 창출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심각한 issue는 제조 과정에서 들어가는 엄청난 화학 물질이 일으킬 수 있는 독성 위협이다. 여자들의 비밀의 정원을 침범하는 케미컬 덩어리 솜은 독성 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삽입하는 과정에 병 균등이 함께 들어가고 그 병균들이 혈액을 타고 몸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경우 치명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 킬 수 있다.
이런 자료를 접하면서 예전에 첼시와 얘기를 했을 때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생리 컵이 떠 올라, 이미 생리 컵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경험담을 물어보기도 하고, review도 읽어가면 며칠 시간을 보낸 후, 결정했다.
처음 이 말랑 말랑한 하지만 생각보다 살짝 두께가 있는 실리콘 생리 컵을 쳐다보며, 아니 이걸 내 몸안에 넣는다고? 설명서를 보면서 연습을 하는데, 잘 안됐다. 능숙하지 않은 손놀림에 살짝 아푸 기도 했다. 일단 넣는 것을 성공했을 때 느낌이 생각보다 아주 편했다. 이리저리 걸어 다녀보았는데,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었다.
아 근데…… 문제는 빼낼 때였다. 생리대와 탐폰을 사용하면 피 한 방울 닿지 않고 빼서 버리면 그만이었는데, 손가락으로 컵의 꼬다리를 잡고 꺼내야 하는 그 찝찝함과 불편함이 문제였다. 용기를 내어서 살살 끌어낸 컵 안에는 내가 여자임을 증명하는 붉은 피가 들어있었고, 그 컵을 비우는 행위가 성스럽기까지는 않을지라도 나름 신성스러웠다.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생동감을 주기까지 했다.
양이 많은 날에는 밖에서 컵을 비우기가 살짝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몇 개월째 써 보니 너무 편했다. 환경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내 몸을 망칠 수 있는 독성 쇼크에서도 보호할 수 있고, 착용감도 좋고… 그야말로 “일타삼피 一打三皮”다.
편리하게 쓰고 버릴 수 있다는 장점에 비해 너무나 위험이 많은 생리대와 템폰, 이제는 한번 바꿔 보실래요?
#날라리비건 #비건지향 #친환경 #쓰레기줄이기 #생리컵 #템폰 #생리대 #생리용품 #케미컬독성 #월경 #생리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