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스 황 Nov 29. 2022

갑질 vs 을질

노처녀 성장 소설, 유니스 다이어리




 진짜 오랜만에 재택을 하며 설렁설렁 일처리를 하고 쉴 수 있는 날이었다. 하루 일과가 다 끝나고 식구들과 삼겹살에 맥주 한잔 하고 있을 때 클라이언트 카톡이 왔다. 어제 재요청해 보내줬던 자료가 조금 오류가 난 것 같다고 하는, 이미 프로젝트 종료 6개월쯤 된 회사였다. 6개월 이상 된 자료고, 막판에 하도 수정이 많았어서 우리도 헷갈리니 다시 확인해보라고 했었는데, 역시나 살짝 오류가 있었던 듯싶다. 담당자에게 이야기해 내일 출근 후 체크해 바로 보내드리겠다는 답신을 보냈다. 


 클라이언트는 지금 자신들의 일이 우리 때문에 멈춰졌으니 당장 처리하고 자기의 출근 시간 전에 제대로 된 파일이 오길 바란다는 말을 했다. 확인해보니 어도비 프로그램의 오류였던 것 같은데 담당자가 이미 퇴근했으니 출근 후에 다시 한번 최종 점검한 후 보내드리겠다고 했고, 클라이언트는 자기 출근 시간 9시에 딱 확인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난 정중히 우리가 통화하고 있는 시간이 이미 7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우리 회사의 퇴근시간은 6시고 출근 시간도 10시 이기에 당신이 원하는 9시까지 파일을 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일 때문에 담당 디자이너에게 출근을 더 일찍하라고 요청할 수도 없고. 그 말이 트리거가 되었는지 아주 악을 쓰며 발악을 하고 평소 예의를 장착했던 그 대리의 목소리가 도를 넘기 시작했다.
자기 출근 시간은 9시니 그때까지 뭔가 해결해내라는 그녀의 말이 너무 기가 막혀 너네 회사는 그렇겠지만 우리 회사의 시스템은 내일 10시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이미 계약 끝났고 받을 돈 다 받아서 이러는 거냐는 기가 막힌 말을 시전 했다. 
 음… ‘얘야~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엄청 싫어하는 단톡방에서 돈 다 받았을 때 난 이미 나왔었겠지… 그리고 최근까지도 너희들의 똑똑하지 못한 질문과 요청을 바로바로 대응해주던 나였고 너희들도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던 중이었지 않니? ‘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 분야의 사람들이 너무 수준이 별로여서, 난 그들이 예정한 시즌2 프로젝트도 거절할 작정이었고, 진짜 많은 돈을 준다고 해야 혹시 좀 더 생각해볼 수도 있을 정도였다.
 
 저녁 7시도 넘는 시간에 전화해 아주 GR을 하시기에 내 개인적인 시간에 전화했고 난 이게 몹시 불쾌하다 했더니 엄청 성의 없다고 말을 한다. 난 이미 퇴근 후였지만, 나름의 성의로 술 마시고 있는 중에 걸려온 전화를 억지로 받았다고 했더니 “술 드셨냐며.. 그래서 오바한다는” 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더욱 오바를 떠는 대리. 
 내 20년이 넘는 회사 생활 동안 최고 열받는 목소리와 거의 욕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을인 내가 좀 더 정신줄을 잡고 그녀의 잘못을 계속 꼬집으며 지적했더니, 더욱 열이 받던 그녀는 엄청 좋아했는데 나에게 실망했다는 둥, 어쩌고 하더니 이 상황은 내 잘못도 아니니 담당자의 연락처를 내놓으라고 했다. 직접 통화하겠다고. 또 얼마나 GR을 하려고… 
 
 난 하고 싶은 소리는 나에게 이야기하라고 했고, 나에게 못할 나쁜 소리를 내 동료들에게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연락처를 주지 않았다. 아주 극단의 빡침이 느껴지던 그 대리는 그냥 나랑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내일 10시 반까지 이 모든 일을 다 해결해 놓으란 말을 던지며 거의 정신줄을 놓는 분위기였다. 그냥 직책의 존대가 있을 뿐 아주 갈 데까지 간 분위기였고, 나도 진짜 막말 직전까지 간 상황. 나랑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니 밑에 담당자 번호 주고 전화 끊자고 하기에, 뭔가 정확한 결말도 안 내고 더 열받으라고 내가 먼저 끊어버렸다. 내가 담당자와 전화를 하며 상황을 체크하는 사이에도 그녀는 카톡으로 이 일의 담당자 연락처를 얼른 내놓으라는 카톡을 했고, 난 그냥 무시해버렸다. 


 태도가 글러먹은 애들, 뭐만 하면 더 밑에 있는 을에게 갑질을 하는 것들을 난 참을 수가 없다.
내일 어도비 프로그램의 오류로 이상이 있던 파일을 바로 잡아 원하던 시간 안에 파일을 보내주긴 하겠다만, 난 그녀의 카톡을 무시할 것이고, 좀 더 거슬리면 그녀의 상사, 심지어 우리 회사보다 꽤 큰 누구나 알 수 있는 대기업 베이스의 회사 대표에게 바로 전화를 걸 것이다.


 난 갑이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에 이런 무례함이 자꾸 통하게 하고 싶지가 않다. 최소한 내가 일하는 환경에서는 이런 갑질을 봐주지 않을 작정이다. 본인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그 별것 아니어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문제인지를 꼭 지적해줄 것이다. 이래서 내가 아직 성공을 못할 수 있겠다만… 이런 상황들을 다 오케이 하며 성공하고 싶진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하는 태도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