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펀스 Orphans를 보고
1월 초에 봤던 연극 오펀스. 함께 모임을 하고 있는 추상미감독님이 오랜만에 연극 무대 배우로 복귀하셨다. 심지어 젠더프리 공연으로 중년남자 역할을 하신다기에 응원도 할 겸 대학로에 다녀왔다. 각자 알아서 티켓을 끊고 관람한 후 끝나고 잠시 모여 축하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대부분 혼자 관람을 많이 하는 나에게 딱 좋은 방법이었다.
꽤 깊은 메시지와 울림이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위트와 눈물을 적절히 가지고 있고 마지막엔 꽤 찡해지는 알찬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인터미션까지 있는 2시간 30이라는 긴 연극을 3명의 배우가 꽉 채울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그 공연을 몇 달 내내 이어 할 수 있는 배우들의 그 엄청난 에너지와 체력이 놀라웠다.
이날은 관객과의 대화가 있는 날이라 2-30대 n차 관람객이 엄청 많았다고 했다. 이 준비된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는 관람객들은 공연이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체 기립박수를 보냈다. 뮤지컬에선 많이 보던 장면이지만, 연극무대에서는 좀 낯선 풍경이어서 컨텐츠만 괜찮다면 다른 예술도, 심지어 유니스황의 음악도 어쩜 가능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볼 수 있었다.
내 양옆자리에 앉은 30대 초반스러운 아마도 n차 관객 여성들이 중간중간 자꾸 훌쩍였다. 후반엔 부분 부분 찡한 포인트와 눈물 포인트가 있었지만 이들이 내내 훌쩍이는 포인트가 당최 이해가 안 갔는데 생각해 보니 뭔가 위로를 받는 장면, 위로가 깃든 단순한 장면들에도 이들은 감정이입을 하며 그 기회를 삼아 우는 게 아닐까 싶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인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어지간한 것에서는 이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점점 꼰대 감성이 되어가는 내 심장이 그들의 것과 차이가 많이 나는 건가 싶기도 했고.
여튼, 내돈내산이 아깝지 않은 공연이다. 대학로 공연 뭐 볼 거 없나 하시는 분들께 추천. 추상미감독님도 좋지만 역시 배우의 카리스마가 살아있는 추배우님도 자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들린 추배우님의 사진은 어두운 길에서 잠시 얘기 나누다 말하는 순간 찍었는데 그럼에도 배우의 아름다움이 느껴져 올린다. 본인도 이 흔들린 사진이 오히려 주름이 안 보인다며 맘에 들어했다.
역시 예쁜 여자들도 다 이런 맘이구나~ㅋ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