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성장 소설, 유니스 다이어리
밤 새 마신 술 탓에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기다리던 소식의 원치 않는 결과를 예감하고부터는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 속에서도 웃음이 안 났다. 술도 잠도 덜 깬 무표정함을 동반하고 회사로 향했다.
밀리는 출근시간이 좀 지난 여유로운 지하철. 그러한 여유로움 속에서도 평소보다 더 많은 무표정함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자리가 나서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앉혀주려는 순간, 울 엄마 또래로 보이는 고운 아줌마 두 분이 타신다.
두 분이 연말이라고 친구들 모임에라도 가시는 것일까? 흰머리도 없고, 곱게 화장을 하고, 예쁜 코트도 입으신 아줌마들. 흰머리가 없으면 아줌마로 쳐야겠지? 하지만 울 엄마도 염색하시니 흰머리는 없잖아. 엄마가 요즘 관절이 엄청 안 좋으시다고 했는데… 문득 엄마 생각이 나 한 10초쯤 앉았던 자리를 양보해 드렸다.
“아이~ 미안하게…”
“전 어차피 세 정거장 정도 가면 내려요.” 하고 일어서니 활짝 웃어주신다. 옆에 앉아 있던 여학생도 분위기를 파악하더니 다른 한 분께 양보해 드린다. 아무리 봐도 할머니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할머니라고 부르는 손주들이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께.
자리 양보를 받은 게 멋쩍으셨는지 정말 환한 미소와 함께 고맙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러고는
“그래도 마음은 아직 할머니가 아니에요.”라는 말씀을 덧붙이신다.
순간 무표정한 가면 같은 내 얼굴에 미소가 조금씩 번진다.
“네~ 모습도 그래 보이세요. ^_______^”라고 답하며 받은 미소에 이자까지 얹은 더욱 환한 미소를 건네어드렸다.
오래 기다려왔던 희망에 종종 배신을 당한다 해도 우리의 일상엔 아직 이런 소소한 따뜻함들이 존재하기에 살만하다. 우리의 몸과 영혼을 온전히 뉘일 순 없어도 너무 거창하지 않아서, 무심히 지나치지만 않으면 꽤 여러 곳에서 종종 만날 수 있어서, 더욱 고마운 것들.
내 지친 몸은 서 있었지만 마음만은 그 소소하게 따뜻한 풍경 속에서 엷은 미소로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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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글을 못 올린 것 같아 이맘때 언젠가 끄적였던 글을 올려봅니다. 연말입니다. 추운 날씨에, 점점 힘들어져가는 경제 상황까지 더해져 더욱 힘든 연말일 수 있겠지만, 부디 일상에 숨어있는 소소한 행복과 감사들을 잘 찾아내며 한해 따뜻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랄게요.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을 위한 추천곡, 얼마 전에 발매한 제 크리스마스 싱글 앨범, 해피크리스마스왈츠 공유드립니다. 음악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Happy Christmas Waltz by 유니스 황
https://www.youtube.com/watch?v=VwG6y3PVO7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