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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Feb 01. 2021

부서져도 다시

- 자작시 18


나뭇잎은 뿌리를 믿을 수 밖에 없다. 뿌리는 어제의 나뭇잎을 밀어내야 한다.

믿음으로 피어난 오늘의 잎사귀에게 내일의 믿음은 깨져야 하지만 오늘은 믿어야 한다.

그렇게 눈물이 많았던 오늘밤 달은 저물어 어제를 보내고,

어스름한 새벽해를 보며 눈을 감는다.


하얀 파도는 육지로 나아갈 때에 깊은 바다 아래 흐르는 해류를 믿어야 한다.

깊은 해류일수록 큰 파도를 만들어 그 마지막 자식을 육지로 보내야 한다.

깊은 곳에서 함께 올라왔지만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오늘의 소중함으로 잘게 부서지는 마음을 덮는다.


내일의 안타까움은 내 둘째 손가락 같다.

오늘을 다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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