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골든리트리버와의 파란만장 동고동락의 회고
반려 동물을 키우면 좋은 점이 있지만 반대로 힘든 점도 많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노트해 보려고 한다.
음식 선별
부모님은 어릴 때 강아지한테는 집에서 먹고 남은 음식을 섞어 주셨다면서 사료를 먹이는 것은 신기하게 여기셨다. 사료를 먹여야 수명 연장이 된단다.
사료도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마트에서 파는 사료 중에서 조금 고가의 사료를 사서 먹였는데 가격과 달리 매의 눈으러 사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건 솜이가 먹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고 개워낼 때도 있고 그랬다.
병원을 계속 다니면서 점차 사료는 바뀌었다. 피부와 털에 좋고 관절에 좋고 등등 기능성이 추가된 특수 사료들로 교체해 나갔다. 안 그러면 어디가 언젠가 아플지고 모른다. 그래서 건강에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단순히 반려 존재 정도로 시작한 관계는 병원을 같이 다니고 다양한 시간을 공유하면서 변화가 있었다. 사람은 아니지만 내 가족처럼 여겨지는 그 무엇... 그리고 그에 따라 견격(?)을 존중해야 하고 더불어 살며 돌봐줘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솜이가 여기서 살과 싶어서 선택해서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환경이 꼭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등등..
병원 수발
유기견은 힘들다고 하는 말이 처음에 잘 몰랐던 이유는 반려 동물을 혼자서 키워본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솜이는 3년이 지나서 구조된 대형 유기견이었다. 일반 병원을 가기가 힘들어서 항상 대형견을 진료하는 병원을 찾아야 했다. 생각보다 잔병치레가 있어서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 한국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솜이가 아프고 불편한 데가 어디인지 알아 먹기 어렵다. 얼르고 달래서 병원 데려 가기도 만만치 않다. 한번 다녀온 병원 길은 하네스를 벗어낼 정도로 그 길을 가기 싫어 한다. 내가 자기를 얼마나 얼르고 달래는지 알란가..
훈련 부족
훈련이 안 되어 있는 대형견을 돌보기란 무경험자에게 생각보다 힘들다. 시간적 여유가 없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훈련에는 시간 소요가 많이 된다. 앉아 일어서 기다려 이리와 등등... 기본적인 것들이 쉽사리 되지 않는다.
배변 훈련이 아직도 잘 되지 않아서 집안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배변의 양이 많아서 치우느라 진이 빠진다. 산책 중에 인도 한복판에 실례를 할 때면 난감하다.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 손으로 천하장사가 당기는 줄을 허리에 감고 인도 한복판에 앉아서 변을 치우고 물티슈로 박박 흔적을 깨끗이 닦는다. 응가면 차라리 닦기라도 하는데 쉬야는 어찌할 방도도 없다.. 솜이가 한강의 기원이 되는양 방대한 쉬야가 흐르면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이 화살처럼 등에 박힌다.
목욕은 이제 비교적 쉽게 시키는 편으로 욕조보다 샤워를 선호하는 것을 알았다. 적당한 온도의 물로 샤워를 시켜 주면 잘 참아 준다. 드라이기 소리만 나면 도망쳐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대형 타월 아래에 따뜻한 바람을 넣어 타월을 부분부분 씌우는 식으로 요령껏 잘 말린다.
산책 부족
대형견을 산책시키다 보면 가끔 들리는 험한 말들이 있다. 그리고 눈치를 주거나 막 다가와서 만진다거나.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순간순간 벌어진다. 솜이는 대형견에 걸맞지 않게 겁은 많고 먹을 것에 약하고 힘은 세다. 간혹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어서 식은땀을 주르륵 흘렀던 게 몇 번이던가.. 점차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산책을 피하게 된다.
솜이한테 가장 미안한 것이 산책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점이다. 사람들을 피하고 피해서 아주 늦은 밤 시간이나 주말 새벽, 추운 날씨 등을 골라 산책을 한다. 어쩌다 대낮에 산책하면 같은 길인데도 너무 번잡한 도시에 솜이가 불안하고 겁에 질리는 것을 느낀다. 반년이 지났건만 산책할 때면 깊은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없어진 여행과 명상의 시간들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못 가지만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솜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여행지는 제한이 된다. 더욱이 개인 차량을 운전하지 않는 나로서는 대형견 입양에 다시 한번 생각이 모자랐음을 깨닫는다. 집에서도 놀아 달라며 쉬야 했다며 밥 달라며 그르렁 거리고 낑낑대고 등 뭔가 계속 소리를 내는 통에 명상스럽거나 혹은 생각스러운 것 등등의 조용한 무엇인가를 할 여유가 좀 사라졌다.
털 알레르기
몰랐던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한참 후에 알았다. 솜이에게 좀 적응을 하고 솜이도 나를 덜 피하면서 안아주고 많이 쓰담쓰담하면서 얼굴을 솜이에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발견된 털 알레르기였다. 솜이하고 얼굴을 가까이하거나 솜이를 만진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붓고 가려운 현상이 있다. 알레르기 약을 먹어야 가라 앉는다.
아이템 적응
여러 놀이도구와 리드줄, 하네스(몸줄), 치료 기기, 위생 도구들, 미용 도구 및 기타 부수적인 아이템들을 경험해 보니 대형견인 솜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해 졌다. 대형 개껌, 잘 물고 뜯을 수 있는 인형 (실리콘 장난감은 좋아하지 않는 듯.. 호불호가 있는지) 을 한달에 2개 정도씩. 빗. 등이다. 치약과 치아 / 귀 티슈.
나머지 놀이 도구는 대부분 금방 망가진다. 솜이가 몇 번 가지고 놀다보면 정상작동하는 것이 없다. 주로 물어 뜯을 수 있는 인형이 최고이다. 사주고 싶은 건 몇개 있지만 (로봇 같은 거)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
여러가지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다. 그럼에도 솜이와 함께 지내면서 정이 생겼다. 원래 자상하고 다정하지 않은 타입이라 솜이에게도 여전히 말은 많지 않다. 표정도 별로 없지만 가만히 솜이 옆에 가서 바닥에 앉으면 그 큰 덩치를 내 짧은 다리 안에 집어넣어 품에 안기려고 한다.
솜이도 내게 정이 든 것이다. 정으로부터 오는 위안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키운 반려 동물이면 더 끈끈한 정과 유대감이 생기지 않을까. 힘들어도 정을 느끼면서 솜이와의 관계성으로부터 설명할 길 없는 뭔가의 감정(?)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이성적으로 기억된 힘듦을 순간 기억 상실증이라도 걸린 것 마냥 잊고 즐거워 하는 내 모습은 무척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