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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Aug 09. 2021

외로움은 잘 지낸다

한참을 외로움에 허덕이던 때가 있었다. 환경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외로움에 놓여 있기도 하고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했던 때도 있다. 요즘 산택한 외로움에 대해 생각은 달라져 있다.


‘외로움은 잘 지내고 있다.’


풍요속의 빈곤인 마냥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던 나는, 요즈음 외로운 환경과 상황임에도 잘 지내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있지 않기 때문에 외로운 상황인데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지금이 좋다.


의지적으로 혼자 하려던 노력에서 환경적으로 혼자 하는 일들로 일상이 채워진다. 멍하니 뜨거운 햇빛 때문에 땀을 흘리고 있어 보기도 하고 생각도 하고 인터넷 서핑도 하고. 일어나서 유튜브에서 봤던 레시피로 혼자 밥을 챙겨 먹고, 유튜브 오리지널로 음악도 선곡하고, 인터넷으로 구매한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온라인을 돌아 다니며 놀 거리와 할 거리를 찾는다. 참 많이 디지털화 되긴 했다.


누구에게나 상황적 외로움이 공평하게 주어지면서 왠지 모를 마음의 위안을 받는달까. 잘 익숙해지지 않던 외로움이 지금은 익숙해지기까지 한다. 어쩌면 지금 삶의 모습은 어릴 적  삶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향수도 느끼고.


시골에 살던 어릴 때는 가족 외에 주변 사람들과 별달리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친구들과 놀지 못해도 가족과 함께 있어서 외로움을 모르고 지냈던 때가 최근들어서 생각났다. 어쩌면 미래는 가족 중심의 사회로 회귀하고 싶은 걸지도.


외로움은 이제껏 잘 지내 왔는데, 나는 잊고 있었나 보다.

잘 지내는 외로움처럼, 나도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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