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시 29
우린 여름을 살기로 했다
흐릿한 달무리가 되어 밤을 달구기로 했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물고기가 되기로 했다
우린 여름이 되기로 했다
뜨거운 태양이 되어 녹아내리기로 하고
비가 되어 하늘에 구멍을 내기로 했다
우린 여름을 보내기로 했다
푸른 나무가 벌게지더라도 하늘을 가리고
가로수가 노랗게 될 때까지 하늘을 가렸다
시작부터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매미 울음과 함께 땅으로 사그라들더니
아침 바람이 우리를 깨웠다
세상은 작년처럼 다시 알록달록해지고
뜨거운 여름을 잊고 우린 가을의 낭만을 꿈꾸겠지